전경련, 올 경제․기업 ‘생사의 기로’
경총, 상법개정 시행 1년 유예 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2021년 새해맞이 경제계 표정은 전반적으로 너무 위축되어 지극히 언행을 조심하는 분위기다. 재벌그룹의 시무식이나 총수들의 신년사도 이런저런 ‘눈치처신’을 담은 꼴이다. 재계와는 달리 노동계는 최강성 시대를 누린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친노동 문재인 정권 하에서 조합원 200만 시대를 맞아 막강한 정치․사회적 발언권을 행사한다. 여기에 집권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회 지배력을 바탕으로 반시장, 반기업 규제입법을 계속 강행하는 추세다.

경제계, 조심조심 ‘규제개선’ 신년사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앞세워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 외국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업족쇄를 거둬 달라”고 촉구했다. 전경련은 문 정권 출범과 함께 전 정권의 국정농단 부역단체로 규정되어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해왔다. 삼성, 현대 등 4개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것도 문 정권의 ‘반재벌 눈총’ 때문이었다.

문 정권 하에서도 경제규제 개선 전도사 역할을 지속해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선진적인 경제규범 형성”을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가 재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규제입법을 강행한 것이 ‘너무 아쉬움’이란 말로 불만을 표시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의 창의적 경영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조속히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은 상당기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 회장은 산업재해 관련 “사업주를 구속하면 기업은 누가 경영하느냐”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 회장은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손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강경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지난 4일 국회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진 관련 “663만 중소기업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입법 파장을 전달했다.

이처럼 경제단체들의 규제개선 호소가 절실하지만 정부와 집권당이 성의 있게 들어줄 귀가 없는 상황 아닌가.

그룹 총수들 신년사도 거의 ‘입조심’형


우리경제의 성장 선도역을 맡고 있는 주요 그룹 총수들의 올 신년사도 신중과 조심 일색으로 ‘무기력’한 느낌이다. 예년에 볼 수 있었던 홍보성 성과나 미래도약 거대약속이 보이지 않은 점이 특색처럼 비친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 받는 처지 때문인지 신년사 없이 평택 2공장 방문으로 반도체 신화창조만 강조했다는 소식이다. 선친 타계 후 그룹총수 지위가 확보됐지만 여전히 부회장 타이틀에 상속세만 12조원을 떠맡은 신세다.

그 대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객중심의 도전과 혁신’ ‘차세대 신성장 분야의 체계적 육성’을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울산공장 협력업체 직원사망 사고로 신년사 행사를 취소하고 e-메일을 통해 ‘신성장동력 전환의 해’를 희망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한 고객중심 경영’, 구광모 LG 회장은 ‘고객이 감동하고 열광할 때까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객과 사회의 신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 등으로 모두 고객가치를 들고 나왔다. 또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 창출’을 강조했다.

그룹경영을 이끌고 있는 막강한 위치의 총수들이 모두 고객가치 창출 중심의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느낌’마저 들게 된다. 총수들도 최악의 경영환경이나 정부와 정치권의 반기업, 반시장 규제강화에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만 입조심 ‘보신형’으로 대신한 것이 아닐까.

경총등, 개정상법 1년유예 다시 건의


경제계는 친노동 반시장 정권하에 지난해 내내 정부와 국회를 향해 규제개선 호소로 날을 보냈다. 문 정권 출범 초에 ‘양극화 주범’ ‘재벌이익 대변’으로 공개 지탄받은 경총이 지난해에는 경영계 애로를 열심히 대변했다.

경총은 지난 연말, ‘2020년 기업경영 장벽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에 따른 경영애로 사항이 80건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경총은 이 보고서가 전문가 15명이 6개월간 100여개 기업현장 조사를 통해 정리했다고 밝혔다.

경영애로 1순위는 단연 공정거래위의 현장조사라고 지적됐다. 공정위 조사는 검찰의 압수수색과는 달리 법원의 영장심사 등 견제장치마저 없다.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앞서 방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할 때 이의를 신청하고 제출을 기피하면 검찰에 고발하여 3년 징역형, 2억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경총은 안전, 보건, 환경 분야 과잉규제 애로가 극심하다고 강조한다.

경총은 새해 들어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 상장사협의회와 함께 상법, 공정법, 노조법 개정 관련 보완을 국회에 건의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야당 퇴장 속에 단독으로 입법 강행할 때도 건의했던 사안이지만 새해 들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최소한의 보완입법으로 충격을 완화해 달라고 다시 건의한 것이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3%룰에 의한 감사위원 별도 선임 등 규정은 최소 1년 이상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절박한 요구다. 공정법 개정은 내부거래 규제대상에서 간접지분의 규제를 제외해 달라는 건의다.

노조법 개정에 대해서는 △파업 시 대체근로 부분허용, 사업장 점거농성 금지 △회사 소속이 아닌 조합원(해고자, 실업자)의 사업장 출입은 노조 사무실에 국한, 필수적인 경우에만 허용 △근로시간 면제위는 경영계와 노동계 위원만으로 구성 △근로시간 면제한도 초과 요구 및 이와 관련한 쟁의행위 처벌 등을 강력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 요구는 양대 노총의 강력한 거부가 배경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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