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원전 운용 ‘본업’의식 표출
정 사장, 신한울 3,4호 건설재개 희망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탈원전 공약에 충성해 온 한수원이 문 정권 말기에 이르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탈원전 안돼요’라는 본심을 내보였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확보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관련 한수원 의견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탄소중립위가 지난 8월 시나리오 초안에 관해 각 기관 의견을 수렴할 때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위는 한수원의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탄소중립 위해 ‘탈원전 안돼요’ 본심


한수원의 의견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신재생 일변도로 구성되었다고 지적하고 원전 확대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 8월, 탄소중립위가 시나리오 초안에 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할 때 제시했지만 탄소중립위는 신재생 발전을 최대 71%까지 확대하고 원전은 6~7%로 축소하는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를 최종 확정할 경우, 11월 초 문 대통령이 영국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까지 확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의 의견서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중립위가 확정한 원전 9기에 더해 ‘플러스 알파’의 원전확대를 검토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수원은 탄소중립위가 현 24기 원전을 9기만 남기고 페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미국과 EU도 원전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확대 운용’을 요청했다. 또 차세대 원전마저 탄소중립에서 배제한 데 대해 최상의 안전성을 확보한 혁신형 SMR(소형 모듈원자로)의 활용도 건의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탄소중립위가 이 같은 한수원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최종 시나리오를 확정했지만 한수원으로서는 원전 운용이라는 본업을 외면한 채 월성원전 조기페쇄 의결 등으로 탈원전에 충성해 오다가 탄소중립을 이유로 모처럼 ‘반 탈원전’ 본심을 드러낸 셈이다.

탈원전 충성 끝내고 ‘소신발언’인가


월성원전 관련 경제성 조작 및 조기페쇄 의결 등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한수원 정재훈 사장이 지난 21일 국회 과기부 국감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한수원 CEO로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로 원전 생태계의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바램을 밝혔다. 지난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공사를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건설에는 이미 1조원이 투입되었다.

이날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2030년까지 원전 10기의 수명연장 없이 설계수명만 가동 후 페쇄하면 탄소중립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자 정 사장은 “현재까지 기술로는 2050년 ‘넷트 제로’(탄소 순배출 0)로 가는 길은 굉장히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황보승희 의원이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자 정 사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SMR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의 의뢰로 작성한 2030년 전원 구성에 따른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의 수명만 연장해도 2030년까지 40.3%의 탄소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탈원전에 따른 무리한 원전 페쇄 정책이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보고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지금껏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강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임기 말에 이르러 무모한 공약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반기가 표출되고 있는 현상 아닐까.

전문가, 산업계 주장 철저외면 안돼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이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라면서 ‘원전 없는 탄소중립’을 강조하지만 전문가 집단에 의해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너지 관련 학회 소속 교수들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산하 산업연구원마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3대 업종만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해 400조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경총이 주최한 탄소중립 토론회에서 석유협회 조준상 산업전략실장은 정유산업의 경우 2050 탄소중립을 위해 800조원의 피해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강협회 남정임 기후환경안전실장은 “현 고로(高爐) 용광로를 수소환원 제철기술로 전환 탄소배출을 95%까지 감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경총 이동근 상근 부회장은 “탄소중립 이행과정에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추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산업정책을 입안하고 이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일방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강행하면 기업은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내생산 감산 및 해외이전을 촉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러 측면에서 무리한 탈원전에다 과도한 탄소중립 목표를 국제사회에 홍보하기에 앞서서 현실과 실현가능성을 깊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