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sten Flagstad. (사진=위키피디아)
Kirsten Flagstad. (사진=위키피디아)

[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노르웨이 출신의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Kirsten Flagstad, 1895~1962)는 역사상 최고의 바그너 헬덴(Helden, 영웅적 역할의) 소프라노였고, 아마도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악가 중 하나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했다. 아직까지도 그녀의 노래를 능가하긴커녕 비슷하게 부를 수 있는 성악가도 없었다. 어떤 평론가는 그녀를 “성악계의 롤스로이스”라고 칭했다.

1930-40년대가 전성기였고, 50년대까지 노래를 부르고 은퇴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오페라 성악가를 마리아 칼라스(Callas)라고 한다. 이태리 오페라에서 칼라스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남긴 소프라노는 없었다. 그러나 바그너 오페라에선 플라그스타드가 지존(至尊)이었고, 독일의 서정적 오페라에선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가 가장 빛났다. 이 세 소프라노는 인류의 역사가 다 하는 날까지 칭송될 것이다.

플라그스타드는 특히 바그너 “링(반지) 사이클”의 브륀힐데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졸데 역에선 적수가 없었다. 그녀가 은퇴하고 나선 옆 나라 스웨덴에서 비르기트 닐손(Birgit Nilsson)과 아스트리드 바르나이(Astrid Varnay)라는 걸출한 바그너 소프라노가 나와서 플라그스타드의 계보를 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못 미쳤다.

그녀의 전성기가 모노 녹음시대라 짱짱한 스테레오 레코딩으로 그 위대한 가창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행히 푸르트뱅글러 지휘로 녹음한 트리스탄 전곡 녹음이 모노지만 비교적 좋은 음향상태로 남아있다(EMI/Angel, 1952년 레코딩. 트리스탄 역은 루트비히 주트하우스). 아쉬운 것은 이때 플라그스타드는 이미 고령이라 고음에서 다소 어려움을 느꼈기에, 이 레코딩의 프로듀서인 월터 레그는 이졸데의 아리아에서 자기의 부인이기도 한 슈바르츠코프의 고음을 레코딩에 믹스하는 방법으로 단점을 커버했다. 그녀의 전성기 시절 레코딩 기술이 열악해서 많은 좋은 레코딩을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녀는 은퇴후 1958년부터 3년간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단의 단장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게오르크 숄티가 역사상 첫 바그너 링 사이클 전곡을 스튜디오 녹음(1959년 Deccan 레코딩)할 때 이미 은퇴한 플라그슈타드를 초빙해서 “라인의 황금”의 프리카(신들의 왕 보탄의 부인)라는 단역에 기용했을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를 남기려는 거장 지휘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숄티 레코딩에서 플라그스타드의 전매특허인 브륀힐데 역은 당시 전성기를 맞고있던 젊은 닐손이 맡아서 열연을 했다.

오슬로 국립오페라하우스의 플러그스타드 동상. (사진=필자 제공)
오슬로 국립오페라하우스의 플러그스타드 동상. (사진=필자 제공)

오슬로 국립오페라 하우스는 플라그스타드 거리 1번지에 있고, 그 앞에는 거구의 여신(女神)같은 그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마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엔 호주의 대표적 소프라노였던 조안 서덜랜드(Sutherland)를 기리는 홀이 있듯이. 노르웨이의 랜드마크 건물이 된 오슬로 오페라 홀의 건립은 플라그스타드의 꿈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시에도 조속히 이와같이 훌륭한 서울시향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가 세워지길 기대한다.

프라그스타드 동상 알현 중인 강규형 교수. (사진=필자 제공)
프라그스타드 동상 알현 중인 강규형 교수.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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