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고립무원서 극단적 선택
‘신청주의 복지’ 결함, 발굴지원 못할까

일가족 사망(PG). (일러스트=연합뉴스)
일가족 사망(PG). (일러스트=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수원 다세대 세 모녀가 생활고와 중병에 시달리며 고립무원 지경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니 이런 비극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연간 복지예산이 200조원을 넘고 기본연금, 생계급여 등 현금성 복지예산만도 100조원 넘는 ‘복지대국’ 아닌가.

복지지원 제도상 구멍이 뚫린 ‘복지 사각지대’가 바로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이 바로 충격이다.

복지예산 두고도 ‘신청주의’ 복지 참상


수원 세 모녀의 경우, 스스로 복지를 신청할 수 없고 누가 대신해서 신청해 줄 이웃마저 없어 소리 없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비극이다. 그러니까 신청을 해야 지원해 주는 신청주의 복지제도의 운영상 결함이다.

수원 세 모녀는 월 1만 원대의 건보료를 16개월간 체납할 수밖에 없어 신청 못 할 형편이었다. 이웃이나 친척이 대신해 줄 처지가 못 돼 홀로 고립되어 있었다. 이에 앞서 빚 독촉이 무서워 거주지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월 5만 원 이하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생계형 체납자’가 지난해 73만 명으로 집계된다고 한다. 또 1년 이상 거주지가 불확실한 행안부의 ‘거주 불명자’ 등록자도 24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다.

전입신고 없고 거주지가 불명하면 현행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시스템 하에 제외될 것은 물론이다. 결국 신청주의 복지제도의 맹점이자 비극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 복지 신청을 했더라면 3인 가구 기준 생계비로 월 최대 125만 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암투병 등으로 최대 300만 원까지 2회 지원받을 수 있고 월세에 대한 주거비로 최대 63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측면을 고려하면 스스로 복지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운 삶을 국가가 찾아내어 지원할 수는 없었는지 궁금한 노릇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복지예산이 충분한데도 신청을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러니까 ‘생계형 체납자’로 전락한 ‘고립 위기가구’를 발굴 지원하는 시스템을 찾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방법 없다는 말인가


이번 비극적인 사실이 확인된 후, 관할 지자체가 건보료 체납사실을 알고도 1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현장조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동아일보가 24일 건보공단이 지난해 4월부터 석달 연속 건보료 체납사실을 확인하고 세 모녀 주소지인 경기도 화성시에 7차례나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2월, 송파구 세 모녀가 셋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정부가 3개월 이상 공과금을 연체하는 경우, 관할 시·군·구에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바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방침이었다.

건보공단은 이 규정 따라 관할시에 일찍 통보했지만 화성시가 지난달 19일에야 주소지로 안내문을 발송하고 관할 주민센터가 지난 3일에야 주소지를 방문한 결과 거주자가 없다는 이유로 ‘연락 두절’, ‘복지 비대상자’로 등록했다는 요지다.

결국 지자체도 신청주의 복지제도에 안주하느라고 3개월 이상 연속 공과금 연체사실 통보를 소홀히 처분하지 않았느냐고 볼 수도 있다. 당시 주민센터가 주소지를 방문한 결과, 실 거주자가 연락 두절이라면 관련 기관에 통보하여 추적조사했다면 살려낼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도어스테핑을 통해 아침 기사를 보고 “중증 질환과 채무에 시달리며 고통스런 삶을 마감했음을 알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약자 복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주재하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체계를 적극 점검,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주무부인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어 관계 전문가 및 자자체와 협력하여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국가책임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뜻이다.

수원 세 모녀 비극 사태는 더 이상 재발하지 말아야만 한다. 약자 복지 강화, 국가책임 강화가 실로 긴급, 중요하다. 무엇보다 고립위기 신호를 다양한 채널로 포착하는 방안이 유효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묶여있는 개인정보를 공적 목적으로 공공 관리하는 방안은 없을까 궁금하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 낭비 빨리 막아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판도 속출하고 있다.

23일,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개혁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지나치게 과잉이용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는 MRI나 초음파의 건보 적용을 줄이는 대신에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문케어’로 의료쇼핑이 늘고 일부 병원마저 도덕적 해이로 건보재정이 낭비된다는 사실이다.

건보공단이 작성한 2021년 외래진료 횟수 상위 10명 현황에 따르면, 1인당 무려 1200회를 넘고 2050회에 이른 사례가 있다. 또 연간 병원을 500회 이상 외래진료 받는 이도 532명, 150회 이상 이용한 19만명 진료에 건보재정 2조원이 투입된 사실도 나타났다.

일부 척추병원의 경우, 추석맞이 MRI 검사비 할인, 개업 몇 주년 기념 검사비 할인 광고로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2018년부터 초음파와 MRI를 급여화한 후 연평균 10%씩 이용률이 증가했다. 이에 건보재정 개혁 추진단이 △과다한 의료 이용 △비급여, 급여 이용량 증가와 실손보험과의 관계 △건보 자격 도용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부적정 이용 등 건보재정 누수 현상을 점검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오는 10월까지 점검 후 개혁방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건보 시스템에서 문케어식 포퓰리즘은 쇄신하고 응급, 고위험 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 보장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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