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음악회. (사진=필자 제공)
서울국제음악회. (사진=필자 제공)

[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2022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10월 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핀란드의 거장 오코 카무(Okko Kamu) 지휘 SIMF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이름 때문에 일본인으로 많이 오해되는 카무는 1969년 제1회 카라얀 지휘 콩쿨 우승자로 71년 김영욱과 DG(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레코딩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한국팬들에게 각인된 지휘자이다. 이제 그도 고령이라 앞으로 그의 지휘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을 듯해서 일부러 찾았다. 젊을 적 샤프한 모습과 트레이드 마크인 멋진 수염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에겐 아우라가 남겨져 있다.

그 전날 있었던 이태원 사고 사망자들에 대한 추도 묵념이 있은 후에 음악회는 시작됐다. 첫 곡은 류재준의 <현악사중주 협주곡> (세계초연). 폴란드 대시인인 미츠키에비츠의 이름을 딴 단체인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의 위촉으로 작곡됐다 한다. 펜데레츠키 추모 헌정곡으로 위촉된 곡이다. 흔히 “정주영 레퀴엠”으로 알려진 류재준의 Sinfonia da Requiem(레퀴엠 신포니아)은 현대그룹이 위촉한 작품인데, 망자(亡者)의 넋을 위로하는 레퀴엠(진혼곡 鎭魂曲)적 요소보다는 격렬함과 과함이 느껴져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날의 신곡은 현악4중주와 오케스트라의 협주(Quadruple Concerto 라고도 할 수 있는 형식)라는 생소한 형식을 띠었지만 무난하고 절제하는 톤으로 작곡된 곡이었다. 현대곡의 약점은 작곡되고 계속 연주된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인데, 이 곡은 앞으로 연주될 기회가 종종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코 카무와 김영욱의 71년 도이치그라모폰 앨범 커버 표지.
오코 카무와 김영욱의 71년 도이치그라모폰 앨범 커버 표지.

​드뷔시의 “녹턴” 연주는 이날 레퍼토리 중 유일하게 여러 번 들은 곡이었다. 카무는 이 프랑스 인상주의의 명곡을 지휘하면서, 프랑스적 향취를 자아내는 연주 대신에 순음악적 접근을 택했다. 오히려 독일적인 울림을 내는 호연이었다. 거장의 풍모를 보여주며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잘 조화시켰다.

​펜데레츠키의 “카디쉬 (기도. 한국 초연)”는 소프라노, 테너, 나레이터, 합창이 같이하는 독특한 형식의 곡으로, 마치 펜데레츠키의 “레퀴엠”같은 느낌이 들었다. 폴란드 유대인 수용소의 비극을 노래한 곡이기에 히브리어 가사를 택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전반적으로 볼 때 성공적이었다.

연이어 11월 1일(화)에는 같은 장소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39회 대한민국제음악제가 열렸다.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베트남 국립교향악단이 초청됐다. 재밌게도 상임지휘자는 테츠지 혼나 라는 일본지휘자였다. 과거 한국에도 객원지휘자로 온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역시 이태원 핼러윈 사고 사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고, 예정에 없던 에드워드 엘가의 장중한 “Nymrod”를 애도곡으로 연주했다. 이어서 베트남 국가와 애국가가 연주되고, 본 연주회가 펼쳐졌다. 사회적으로 큰 사고가 있을 때에 유흥이 아닌 행사는 취소하는 것보다 이 정도의 애도를 표하고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듯하다.

베트남 남성 신예 피아니스트인 응우엔 베잇 쭝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쳤다. 폴란드에서 수학했고, 2021년 국제 쇼팽콩쿠르 2라운드 진출자였고, 2020년 쇼팽 국내 콩쿠르 5위 입상경력이 있다 한다. 연주는 평범했다. 이날의 백미는 한수진이 협연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다. 전보다 한결 여유롭고 완숙하게 이 곡을 연주했다. 메인은 가을에 어울리는 브람스 교향곡 2번.

서울국제음악제와 대한민국국제음악제는 이제 역사도 꽤 됐고, 음악팬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여러 국제음악제가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성황리에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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