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레너드 번스타인(Bernstein)과 아르투로 토스카니니(Toscanini)는 원래 지휘하기로 했던 지휘자가 못 나오게 되자 갑자기 대타 지휘를 해서 스타덤에 오른 전설적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변수가 너무 많아 참 어려운 행사이다. 지휘자와 협연자가 갑자기 펑크가 나는 경우도 많고, 각 단원도 변수가 너무 많다. 대타 지휘는 많지만 늘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요번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송년음악회도 오스모 벤스케 상임지휘자가 골절상을 입어 연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캔슬이 됐다. 작년에도 코비드 방역 때문에 못 와서, 연이은 결장이었다. 3년 임기 동안 송년음악회를 한 번도 못 하게 됐다. 시일이 너무 촉박해서 외국에서의 다른 지휘자 초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행히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선욱이 코리안체임버오케스트라(KCO) 지휘로 한국에 와있는 상황이었다. 지휘 직후에 현재 살고있는 독일로 출국을 위해 공항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해프닝 끝에 역사적인 시향 정기콘서트 데뷔를 하게 됐다. 그것도 베토벤 “합창”으로. 그에겐 엄청난 기회이기도 했지만, 위기이기도 했다. 합창은 신인 지휘자가 처음 지휘하기엔 버거운 곡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카도간홀에서 서울시향과 협연을 하고 있다. (사진=Seoul Philharmonic Orchestra)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카도간홀에서 서울시향과 협연을 하고 있다. (사진=Seoul Philharmonic Orchestra)

김선욱은 피아노도 열심히 연주하고 지휘는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지만 진지하게 하는 단계이다. 마치 피아노와 지휘 양쩍에서 대가가 된 다니엘 바렌보임(Barenboim)이 간 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하튼 촉박한 시간에 큰 문제 없이 합창 연주를 완주하는데 성공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며칠 전 국립심포니와의 하이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연주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의 가창을 보여줬다.

김선욱은 예습을 철저히 한 듯 적절한 바톤 테크닉으로 그리고 암보로 무리 없이 악단을 이끌었다. 한마디로 싱싱한 합창이었다. 그에게 숙성한 잘 익은 합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첫 지휘이고 아직 지휘 신인이기 때문이다. 거장 카를 뵘(Böhm)의 연주처럼 심연에서 올라오는 무르익은 소리가 날수는 없다. 빌헬름 푸르트뱅글러(Furtwängler)의 전설적인 지휘처럼 청중을 압도할수도 없다. 그는 그런 숙성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는 요번 기회로 둘도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다. 그는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도약했다. 그는 계속 진화 중이다.

그는 내년에도 서울시향과 본인이 피아노를 치면서 지휘하는 플레이컨덕팅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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