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 판 츠베덴. (사진=얍 판 츠베덴 공식홈페이지)
얍 판 츠베덴. (사진=얍 판 츠베덴 공식홈페이지)

[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 지명자인 얍 판 츠베덴(Van Zweden, ‘즈베던’으로도 표기)의 데뷔무대가 1월 12-13일 있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 연주회는 전임 음악감독 벤스케의 골절상으로 갑자기 성사된 콘서트였다.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토헤보우 지휘를 마치자마자, 휴가를 캔슬하고 밤 비행기를 타고 와서 리허설 기간도 하루 짧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거장답게 예상대로 강렬한 연주를 선보였다.

그의 특기는 넘치는 에너지와 탄탄한 구조 구축력이다. 그리고 다소 빠른 템포를 잡고 밀도 높은 사운드를 강하게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지휘 스타일은 고(故) 게오르그 솔티(Solti)와 상당히 비슷하다. 외모도 열정적인 바톤 테크닉도 솔티를 연상케 한다. 솔티는 이러한 매력 때문에 청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 냈었다.

짧은 리허설이었음에도, 그는 서울시향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1부에서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 1번은 단단한 기초 위에 마음 놓고 포효하는, 그러나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부는 진수성찬이었다. 2부에서는 웅장한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마이스터징어)’ 1막 전주곡과 최면적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그리고 ‘사랑의 죽음’을 병치했다. 그 대비가 멋졌다. 바그너가 추구한 ‘무한선율(infinite melody)’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무아지경의 선율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마지막 곡인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 서곡’은 필자가 그동안 카라얀, 카를 뵘, 빌리 보스코프스키 포함 수십 명의 지휘로 들었던 곡이다. 하지만 이날의 연주는 처음 듣는 해석이었다. 대개 이 곡은 유려하게 흘러가는 식으로 연주하는데, 츠베덴은 구조를 단단히 잡아놓고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악단을 주물렀다. 마치 교향곡의 일부분처럼 들리기조차 했다. 능력이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해석이었다. 전통적인 비엔나 왈츠 스타일이 아닌 개성 넘치는 콘서트 형 연주였다.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츠베덴은 앙코르로 드보르작 ‘슬라브 무곡’ 8번을 강렬하게 선사했다, 그동안 서울시향에서는 앙코르 곡을 안 하는 추세였는데 앞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짧은 시간의 조련을 통해 서울시향을 바꿔놨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 츠베덴은 절차탁마를 통해 서울시향을 진정한 그의 ‘악기’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의 시향의 사운드는 깊이와 세련됨을 더하게 될 것이다.

츠베덴은 올해 4월에 서울시향과 특별공연을 갖고, 7월부터 세 번에 걸쳐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베토벤 교향곡 9번 송년 음악회도 주관한다. 그의 서울시향 정식 임기는 2024년 1월에 시작하고, 2024년 말까지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직을 겸임한다. 그의 앞으로의 지휘가 기대된다.

그의 임기 안에 완공될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에서의 공연은 더 기대된다. 뉴욕의 게펜 홀 리모델링 재개관 오프닝 콘서트도 츠베덴 지휘의 뉴욕 필하모닉이 연주했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 서울시향 콘서트홀을 만들고 오프닝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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