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운송사 ‘지입제 기득권’ 타파
안전운임 연장추진 민주당 동의해야

현대자동차의 메가트럭 화물차. (사진=이톡뉴스)
현대자동차의 메가트럭 화물차. (사진=이톡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cnomyTalk News, e톡뉴스)] 화물기사의 최저임금 보장으로 불린 안전운임제가 3년 일몰(日沒)로 폐지된 자리에 ‘표준운임제’가 들어선다. 정부는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통해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바꾸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오는 3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전운임 대신에 표준운임 개선


안전운임제는 지난 2020년 화물기사들의 과로,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해 주고 적정운임을 지불하지 않는 화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3년 일몰제로 지난 연말로 종료됐다.

이에 비해 표준운임제는 기준미달 운임이 지급될 경우 운수사와 화주 모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전운임제와는 달리 화주에 대한 처벌은 폐지하고 운수사업 적정운임 지급만 강제하겠다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3년 일몰제의 폐지 및 적용대상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운송거부 사태를 빚은 후 안전운임제의 개선을 추진해 왔다. 화주, 운수사, 차주 및 관련 전문가들로 ‘물류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 표준운임제 등을 논의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표준운임제도 종전 안전운임제와 마찬가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적용한다. 또 3년 일몰제로 오는 2025년까지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성과분석을 통해 제도 존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표준운임 규정 위반 시에 무조건 화주에게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조항은 폐지한다. 다만 화주와 차주가 직계약한 경우에는 시정명령을 내린 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표준운임을 결정할 운임위원회 구성도 바꾸기로 했다. 종전에는 공익위원 4명과 화주, 운수사, 차주 각각 3명씩이었으니 앞으로 구성할 새로운 운임위원회는 공익위원을 6명으로 늘리는 대신 화주, 운수사 각각 3명에 차주는 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계약금, 도장값 등 번호판 ‘부당이득’


이번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체질개선 방안은 △일하지 않는 운송사인 지입 전문회사 퇴출 △지입차 계약 시 실소유 차주로 등록 △번호판 사용료 등 불공정 행위 근절 등이 핵심이다.

또 화물차주 여건개선 방안으로는 △유가와 운임 연동 표준계약서 도입 △운송거래 과정 투명화 △화물차 휴게시설, 차고지 및 복지사업 등의 지원 등을 규정했다.

일하지 않는 지입 전문회사 퇴출이란 화물차 ‘번호판 장사’의 퇴출을 말한다. 지입 전문 4~5천개사가 화물기사에게 일감은 주지 않고 화물차 번호판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번호판 장사’로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차 지입제는 개인 화물차주가 자기 차량을 운수업체 명의로 등록, 운송사업 하는 제도로 지난 1997년부터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차주가 운송업체 면허 번호판을 달고 영업하면서 매월 20~30만원씩 지입료를 물고 운송업체는 차주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관계이다.

이 같은 지입제가 불법은 아니라 해도 그동안 일감은 주지 않고 번호판 대여로 ‘부당이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변질된 모습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이후 화물차량 총량제 시행으로 신규 운송면허 발급이 제한되자 이를 악용하여 화물기사에게 추가비용을 뜯어내는 사례보도도 있었다.

화물기사가 번호판을 빌릴 때 무는 ‘번호판 계약금’이 2~3천만원에 달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계약 기사들의 89.3%가 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화물기사가 자기 돈으로 노후차량을 교체할 경우 운송업체들이 이를 승인하는 ‘도장값’으로 7~800만원을 지불한다. 전문 지입업체들은 도장값 상납을 거부하는 기사들에게는 지입 번호대여 계약갱신을 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다시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다른 회사와 계약해야 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입 전문회사 관련 소송비용을 기사들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지적된다. 국토부 조사 결과 신규면허 발급이 다소 용이한 청소차량 번호를 발급받아 화물차에 달고 영업하는 불법증차가 적발되어 ‘감차처분’ 받는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 지입계약 기사들에게 감차처분에 따른 행정소송 비용으로 1인당 350만원씩 요구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화물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이를 처벌하는 법적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입제 기득권’ 타파도 민주당 손에?


대강 짚어봐도 ‘번호판 장사’에 대한 퇴출 방침은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전문가는 답한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이 화물차 번호판 장사를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에 비유한 바 있다. 또 “민노총 간부들이 번호판을 100개씩 갖고 장사한다”는 말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번 기회에 운송실적 없는 지입 전문회사들을 조사해 번호판을 회수할 방침이다. 또 지난 2004년부터 시행해 온 화물차 면허 총량제도 완화해 화물차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운송사에는 화물차 증차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 의장도 운송사의 불법이나 탈세 등의 경우에는 운송면허 회수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당·정이 이 같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개혁법안을 오는 3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이지만 안전운임 3년 연장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쉽게 동의해 줄련지는 아직 의문이다. 또 투쟁력이 막강한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제를 ‘개악’이라 규정하며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안전운임제 연장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결국 ‘지입제 기득권’ 타파도 거야의 손아귀에 달려 있는 모양으로 보도되고 있는 형국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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