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넘는 의석 무기화, 단독강행 상습
‘검수완박’ 이후 다수당 만능주의 심화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의 간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과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간호법안 제정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의 간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과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간호법안 제정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국회 의석 과반수를 훨씬 넘는 거대 야당의 입법독주가 거침없다는 세간의 평이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전체 회의를 통해 간호법 제정 등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토록 의결했다. 하루 전 8일에는 민주당 주도 야3당 명의로 75년 헌정사상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어쩌면 169석의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필요 이상으로 넘치기 때문이 아닐까. 정권이 교체됐다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거야의 입법독주가 연속, 상습화 지경에 이른 모습이다.

거야 단독, 입법독주 상시, 상습화 모습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 회의는 간호법 제정안을 비롯하여 의료법 개정안,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토록 의결했다.

국회 복지위는 민주당 14명, 국민의힘 9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되어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무기명 표결을 통해 찬성 16명, 반대 7명, 무효 1명으로 의결됐다.

국회법상 법사위와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정당한 사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이 제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을 무더기로 본회의 직회부를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간호법안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간호사협회는 ‘간호법 제정’ 피켓 시위로 맞섰다.

이 같은 찬반 분위기 대립 속에 거야 주도 복지위가 간호법 등을 법사위를 건너 바로 본회의로 회부토록 의결하자 의사단체는 유감과 분노를 표시하며 “간호법 제정으로 국내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반해 간호협회는 적극 환영하는 표정으로 비교됐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이 오랜 숙원사업으로 이날 성취됐다.

결국 이날 복지위의 간호법 본회의 직회부 결정은 의료계 내부분열과 갈등을 확대시킨 결과가 아닐까 우려된다.

간호법 등 강행독주로 의료계 갈등 확대


쟁점이 많은 간호법의 경우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따로 떼어낸 법안으로 간호사의 업무범위, 적정 노동시간, 처우개선 등을 규정했다.

그동안 간호법안 가운데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두고 의료계 내부입장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개정안에서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명시한 점이 쟁점이었다.

의사협회는 ‘진료의 보조’ 기능을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하면 간호사가 단독 개원도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논란 끝에 법사위로 넘어간 최종안에서는 간호사 업무범위를 현행 의료법과 같이 ‘진료의 보조’로 규정했다.

그러나 의사단체는 간호법 제1조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내용으로 “의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간호사의 처우개선 조항에 대해서도 의사협회는 현행 의료법으로도 가능한 것을 별도로 입법하는 것은 과잉이라고 비판해 왔다.

간호법 외에 의료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도 의사협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법안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가 취소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한 대목이 쟁점이었다.

이처럼 곳곳에서 의사협회 등이 반발, 거부하는 법안들을 거야가 힘으로 밀어붙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문제다. 지금 정부가 의료계와 한창 논의 중인 필수 의료지원 대책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야의 입법독주가 앞으로 어디까지 가겠느냐는 심각한 우려가 전문가의 지적처럼 제기된다.

이미 민주당은 여당의 반발 속에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이어 쟁점이 많은 방송법 개정안과 친노조 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마저 직회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과반 넘는 거대의석이 문제 아닐까요


민주당의 내부 기류가 “국민이 준 169석의 거대의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주저할 것이 뭐냐”는 자세로 강화된 인상이다. 소수 집권당의 반대는 당연히 거부할 수 있다는 자세로 보일 수도 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잉생산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규정함으로 막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하면서 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노조의 불법파업에 따른 사측의 피해복구를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는 법안으로 지나친 친노동 성향이란 비판을 받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의 행보에 비춰 보면 곧 본회의에 직회부로 갈 모양이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 후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검수완박’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 절차상 편법과 꼼수 동원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새 대통령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마저 보이콧하더니 이태원 참사를 이유로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에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전당대회 개입 혐의를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추진할 수 있노라고 공언한다.

비록 선거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라지만 너무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몰아준 것이 탈이 아닐까 싶은 지경이다. 과반이 넘는 의석을 오로지 입법폭주로 남용하니 끝내 무사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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