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갈등 알면서도 밀어붙인 속셈 뭔가
여야 간 재논의, 의료계 타협방안 없을까

강원 보건복지의료연대는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 단체가 극렬히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해 강행 처리했다"고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
강원 보건복지의료연대는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 단체가 극렬히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해 강행 처리했다"고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거야의 간호법 제정 입법독주 이후 보건복지 의료연대의 거부, 불복투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뻔히 내다보인 의료계 내부의 직역 간 첨예한 이해대립을 보고도 그냥 밀어붙인 결과를 누가 무슨 수로 수습할 작정인지 모르겠다.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은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없이 확정하면 연대 총파업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미 단축진료 등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형국이다.

의료연대 총파업 투쟁 뭘로 막을 수 있나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서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후 지난 2일 박명하 비대위원장 이름으로 ‘의료연대 투쟁’ 로드맵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 없이 법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오는 17일 13개 단체 연대 총파업을 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의 무기한 단식투쟁 속에 지난 3일 제1차로 간호조무사 1만여명이 참가한 연가투쟁에다 동네의원 단축진료 및 각 지역별 집회 투쟁을 보여줬다.

이어 의료연대는 오는 9일 국무회의를 지켜본 뒤 11일에는 제2차 연가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2차 연가투쟁 시에는 치과의사들도 동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 의료핵심 요원인 전공의와 교수들도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에 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법 제정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약속임을 다시 내세우며 의사단체 등의 집단 진료 거부 시도를 즉각 중단토록 촉구했다.

이처럼 간호법 입법독주 관련 갈등이 확산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각급 의료기관에 진료시간 확대, 응급의료 체계의 24시간 유지 등을 촉구하는 궁색한 입장일 뿐이다.

이해충돌 예견하고도 밀어붙인 속셈 궁금


의료계 내부 직역 간 이해충돌 사태가 표면화된 가운데 원내 다수당 위세를 과신한 민주당의 입법독주가 너무나 무리했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회부 직후 의료연대 비대위는 “민주당과 간호협회는 더 이상 거짓말 말라”고 성명했다.

간호법안이 여야 합의사항이라는 주장부터 거짓말이라고 지적(주장)했다. 당시 여당 측은 간호사 출신 비례대표의원만 찬성했고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직회부’는 독단적 강행이었다고 말했다.

또 간호법이 오로지 간호사 처우개선이라는 주장도 거짓말이라고 규정했다. 정부, 여당이 간호사 처우개선 강화를 규정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간호협회가 거부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또한 윤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주장도 “공약집에 없다”면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협회는 단 한 차례의 대화도 거부했다”면서 불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을 고졸로 제한한 간호법 제5조 1항, 1호는 위헌”이라며 “입법독주 한 간호법은 반드시 재논의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찌하여 이토록 첨예한 이해대립을 파악하고도 거야가 무슨 배짱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을까 새삼 궁금한 노릇이다.

가장 민감한 핵심 쟁점인 간호법 제1조 규정부터 양측은 극한대립이다. 간호사의 영역을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확대함으로써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 가능하다는 이해충돌을 빚었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는 의사 지도하에 진료 보조기능으로 단독 개원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의사협 등이 믿을 수 없노라고 거부한다.

또 제10조의 간호사 업무 규정도 타 직역 업무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간호사 업무를 환자 간호, 진료 보조, 보건 활동 등으로 규정한 것이 기존의 의료법과 같아 타 직역 침해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의 업무를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입법폭주’ 당사자가 재논의에 나서야


문제는 이 같은 심각한 이해대립이 충분히 노출된 상황에서 거야가 소통에 소홀히 하면서 입법폭주한 사태라는 점을 세간과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마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예측하면서도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지 않았을까하는 논평도 나올 정도다.

그러니까 정부 여당이 사태 수습을 하자면 입법독주한 민주당부터 설득하고 타협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간호협회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것도 민주당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도 지금 전개되고 있는 의료계 내부의 갈등 파장이 국민 피해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내년도 총선을 고려하면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사사건건 거부한다는 비판이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농심의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곧이어 간호법 제정을 거부하기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간호법 거부 다음에 다가올 친노동 성향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나 언론노조나 시민단체 등이 관심을 갖게 될 방송법 개정안은 또 어쩔 것인가.

이런저런 입장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전에 다른 방도가 없을까 궁리할 만하다. 이에 정부 여당이 민주당과 간호협 등과 논의를 거쳐 새로운 간호법 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간호협이 강력 거부하고 의료연대 측도 반대기류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오는 17일로 예고된 의료연대 총파업만은 막아야 한다. 정부, 여당이 앞장서야 함은 당연하지만 민주당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여야 간 재논의와 타협 없이는 의료대란을 수습할 길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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