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의 ‘사회적 기업법’ 연계에 막혔나
어찌 여야 간 주고받는 협상은 없는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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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국가 재정수지 적자가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됐다. 국가 채무가 한정 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국민이 듣고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 채무의 급속증가에 대한 안전장치로 인식되는 ‘재정준칙’ 도입은 영 감감소식이다. 연간 재정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퍽 오래됐다.

나라빚 잔뜩 늘려놓고 ‘난 몰라요’ 인가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 소위가 지난 15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재정준칙 도입을 ‘사회적 경제 기본법’과 연계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의 재정준칙 제도 운영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출장을 다녀왔지만 입법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모양이다.

국회 입법권을 사실상 의석수를 통해 좌지우지한다는 거야가 반대하면 소수 집권당으로서는 무슨 방도가 없다. 민주당이 행여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겨냥,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밀어붙이려는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사회적 약자’ 보호법안이라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운동권 퍼주기 법’이나 ‘좌파 생계지원법’쯤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여야 간 타협이 전혀 안 되는 상황으로 벌어져 재정준칙 도입마저 멀어져 가고 있는 모양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 기본법의 요지는 대통령 산하에 ‘사회적 경제 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간 정부 공공조달액의 최대 10%까지 사회적 기업 물품을 의무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상은 시민운동권을 배경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생활협동조합 등 전국 3만 5천여 곳에 달한다. 또 공공조달의 10%라면 7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조달 규모가 73조원을 넘는다. 이중 사회적 기업에서 구매한 물품이 3.2%로 2조 3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협상, 타협 안 될까


민주당이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한 이 법안은 사회적 기업에 국유재산을 무상 임대하고 교육, 훈련자금 등도 지원토록 규정했다.

국민의힘이 이 법안이 좌파 운동권에 퍼주기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문정권 5년을 통해 사회적 기업 공공조달 규모가 2배나 늘어났다. 공공조달에서 각종 특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기업 물품이나 용역을 계약하면 가점을 부여하고 수의계약도 허용한다. 또한 근로자 인건비 지원, 창업자금 지원 및 법인세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기재부 자료예 따르면 공공기관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실적은 2017년 1조 363억원에서 2018년 1조 1727억원, 2019년 1조 4445억원, 2020년 1조 8880억원, 2021년 2조 1261억원, 2022년 2조 393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개별지원법에 의해 각종 특혜가 주어지고 있는데 다시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법안 때문에 재정준칙 도입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이유로 재정준칙 입법을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다는 평이 전문가 평이다.

결국 협상과 타협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시절 국가 채무가 크게 늘어났으니 재정준칙 입법을 지원해 달라는 식으로는 협상이 안 될 것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놔두고 재정준칙만 도입하자는 주장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다소 융통성 있는 협상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본다.

거야의 입법독주를 뭘로 막을 수 있나


민주당의 입법독주는 어떤 장애도 받지 않고 강행 기세로 연일 보도되고 있는 형국이다.

의료계 내부 직역 간 사생결단식 대결 속에 민주당은 간호협회 편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단독처리를 강행한 바 있다. 곧이어 국회 교육위를 통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포퓰리즘 입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 재정부담은 물론이지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대학에 진한 못한 청년에게는 역차별이라는 결함이 지적됐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듣지 않으려 했던 모습으로 언론에 비춰졌다. 그나마 민형배 의원이 복당하기 전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에 들어가 법안을 통과시킨 후 입당했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명분이나 체면을 가릴 것 없이 “(마음만 먹으면) 입법독주 할 수 있다”는 행태를 보여준 것이라는 전문가와 세간의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고졸 이하 청년은 대출 혜택이 없고 서민 소액대출도 이자율이 3~4%인데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1.7%를 면제해 주는 것이 포퓰리즘 아니고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학자금 대출이자 1.7%를 면제해 줘봐야 월 1만원 정도 혜택인데 이게 무슨 포퓰리즘이냐”고 쉽게 반박했다.

이날 교육위 입법독주를 보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제도의 취지와는 너무 맞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로 유감을 표시했다.

국민이 지켜볼 때 거야와 소수 집권당 간의 입법 정치가 너무 사납다는 인상이다. 어찌 야당의 입법독주와 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만 대결하는가. 이래서야 국정이 제대로 될 수 없다.

거야에 문제가 있지만 여당도 많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국민이 국회를 지켜보기가 지겹고 꼴불견이라 지탄하지 않을 수 없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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