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조직 ‘뿌리깊은’ 이권카르텔 작동
공공택지, 주택 독점권 축소·조정해야

지난 5월2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4월29일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2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4월29일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공공주택 독점 거대조직인 LH 발주 철근 누락 사태가 전관업체들과 뿌리 깊은 유착관계로 드러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의 분쇄를 지시하고 국토부 장관이 LH 전관 업체의 용역배제 방안을 검토하다가 아예 기존 용역계약마저 전면 절차중단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LH가 독점 지배하고 있는 공공주택 사업은 어찌될 것인가. LH의 공공택지, 주택 독점 공급권의 축소·조정까지 갈 수 있을까.

전관업체 용역계약 중단 다음 어쩌나


경찰이 16일, LH의 수사 의뢰에 따라 LH 진주 본사를 비롯하여 광주전남 본부, 설계업체, 구조안전진단 용역업체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 남미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 특사로 떠난 원희룡 장관이 이한준 LH 사장에게 전관업체와 맺은 일체의 용역계약 절차를 중단토록 지시했다.

LH 전관업체들과의 설계, 시공, 감리 연결고리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부가 초강수를 동원한 모습이다.

LH 발주 공사의 철근 누락 사태는 지난 4월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무량판 기둥 보강철근이 설계, 시공 과정에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바로 LH 전관업체와의 설계, 시공, 감리에서 나온 부실로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로 규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철근 누락 아파트 시공업체 관련 불공정 하도급 혐의 조사에 나섰다. LH가 직접 감리하지 않은 공공 아파트 10곳과 감리용역 선정과정에 입찰 담합이 있었는지 조사한다는 내용이다.

그 사이 국민의힘 국토위 소속 박정하 의원실이 철근 누락 아파트 설계, 감리 전관업체와 3년간 77건 2335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LH 출신의 건축사무소가 3기 신도시 아파트 등 11건의 설계용역 342억원을 독점 수주한 사실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직과 기능상 막강 이권 '카르텔 구조' 문제"


이에 앞서 경실련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8484억원 가운데 LH 전관업체가 297건(55.4%), 6582억원(69.4%), 경쟁입찰도 290건, 8035억원 가운데 전관업체가 115건(39.7%), 3853억원(48%)을 수주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LH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금년 1~7월까지 LH가 자체 감리를 맡은 공사 104곳 가운데 85곳, 81.7%가 법정 감리 정원조차 채우지 못한 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이 공사 종류에 따라 배치해야 하는 감리 인원수를 규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감리 인원이 기준에 미달하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 법이다.

그러나 LH는 자체 감리 현장 104곳에 배치해야 할 감리 인원은 920명이나 실제 투입 인원은 566명으로 법규상 인력의 61.6%에 지나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최근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LH가 자체 감리한 사업장 4곳이 모두 적정 감리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LH가 법규상의 감리인력마저 배치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철근 누락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아예 발견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된다.

이제 세간에서는 거대 공기업 LH 사태가 이 지경에 도달했다면 LH를 어찌 믿고 공공주택사업을 맡길 수 있겠느냐 라는 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무량판 단지 91곳 전수조사 결과, 15개 단지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거짓이었다. 5곳 단지를 숨긴 사실이 금방 들통나고 말았다.

이때 LH 사장이 대국민 사과하고 임원 전원 사직서를 받았다고 했지만 임기가 끝난 임원 2명, 임기 말이 눈앞에 다가온 임원 2명 등으로 이른바 ‘국민 눈속임’ 발표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철근 누락 아파트와 관련 업체 명단이 공개된 후 LH와 용역입찰 심사를 거쳐 나온 6개 업체마저 철근 누락 단지 설계, 감리 담당업체 3곳, LH 전관이 대표로 있는 업체도 포함됐다. 결국 사건이 드러나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었지만 LH의 전관업체와의 이권 카르텔은 여전히 작동했다는 뜻으로 관련 전문가는 해석한다.

비대한 조직과 막강 이권 구조개선 불가피


LH 이한준 사장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철근 누락 단지 5곳을 숨긴 사실과 관련, “기본적인 통계까지 임의로 속이고 뺀 사실이 참담하다”고 고백했다.

LH는 지난 2021년, 전·현직들의 땅 투기 사실이 드러나 아예 LH를 해체하는 수준의 환골탈태를 약속한 바 있었다. 이 사장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개선의 성과는 없이 오히려 더욱 후퇴한 심정이라고도 말했다.

LH는 지난 2009년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한국토지공사(L)와 대한주택공사(H)의 통합으로 발족했지만 두 계파 조직의 완전 융합보다 이권 나눠먹기식 공존으로 막강 카르텔을 결성한 모양새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사실상 LH는 공공택지 조성 때 토지 보상에다 공공주택 공급 과정을 통한 설계, 감리, 시공업체 선정 권한 등으로 이권 구도를 지배할 수 있었다. 더구나 1만 명에 달하는 막강 조직에서 퇴직자들이 연관기업으로 진출하여 조직의 후배들과 협력관계를 조성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LH의 조직과 기능상 막강한 독점적 지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구조적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전문가 결론이 나오고 있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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