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짜 수능출제위원 선전 적발
관련 매출액 2% 내 과징금 처분대상

2023년 전국연합학력평가(9월 모평)가 치러진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전국연합학력평가(9월 모평)가 치러진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유명 입시학원들이 대학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출제한 적이 없는 강사를 ‘전직 출제위원’이라는 허위광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가 4일, 부당·허위광고 9개 사교육업체에 대한 제재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면서 해당 업체에도 이를 보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란 검찰의 공소장 성격으로 법 위반 혐의를 제시하고 있다.

대형학원 등 9개 업체 부당광고


이날 공정위는 조사 결과 9개 사교육업체가 19회에 걸쳐 표시광고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등 대형 입시학원 및 상상국어평가연구소, 이감국어교육연구소 등 출판업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광고 유형으로 보면 △수능 출제경력이 없는데도 거짓으로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수능 검토위원이나 일반 모의고사 참여 경력을 수능 출제위원으로 과장 광고한 행위 △지역업체 유일의 수능 출제위원이라는 광고 △수능 출제위원 참여 횟수를 부풀리는 과장광고 △근거 없이 의대 합격생수 업계 1위, 학원 수강생 최다 광고 △합격하면 수강료를 환급해 준다고 선전해 놓고 실제론 재학까지 해야만 환급한 행위 등이다.

수능 출제진 참여 여부는 비공개가 원칙으로 출제진은 참여 사실과 출제과정에서 얻은 지식은 일체 외부에 발설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 서약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이를 어겨 학원이 상업적으로 활용케 했다는 결론이다. 공정위는 사교육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수능 참여 경력을 상업적으로 악용하게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수능 출제경력을 거짓, 과장 광고한 업체만 대상으로 삼았기에 거짓, 과장은 아니더라도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는 수능 출제경력을 앞세워 광고한 업체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교육부 관료, 교수마저 사교육 참여


학원 수강생과 대학 합격생 수를 과장한 4개 업체도 조사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총 4회에 걸쳐 가장 많은 수강생이라거나 대학 합격자 수 1위라고 과장 광고했다.

또 대형학원 한 곳은 재수 종합반 수강료를 환급해 준다고 약속했지만 환급 조건은 제대로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실제 환급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수강생이 많았다고 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9개 업체에 대해 앞으로 4주간에 걸쳐 의견을 접수한 후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를 심의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대형학원들이 부당·허위광고로 벌어들인 매출액이 수천만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경우 관련 매출액의 2%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사교육업체의 교재 끼워팔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10월 중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형 사교육업체에 전직 교육부 관료와 현직 교대 부총장이 임원을 맡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정호 성대 교수는 이날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교육데이터분석학회가 공동 주최한 “2028년 대입 개편 방향 어디로 가야 하나” 세미나에서 입시업체와 현직 고교 교사 관계만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아니라 정부정책과 공교육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직 교육부 관료와 교수들이 사교육업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유명학원, 일타강사, 수능출제교사 간 이권 카르텔에 교육부 전관 및 현 교수까지 참여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

킬러문항 없앤 수능 변별력 ‘문제없음’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적용한 첫 대학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4일 공개됐다.

상위권 변별력 확보 여부가 관심이었는데 국어와 영어는 지난해보다 어려웠고 수학은 쉬웠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42점, 수학 144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원점수가 전체 수험생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144점은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실시된 2021년 이후 평가원이 출제한 8번 시험 중 가장 낮은 점수다. 킬러문항을 없애는 계기가 된 지난 6월 모의평가 최고점 151점보다는 7점이 낮았다.

만점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수능 당시 934명이던 만점자가 6월 모의평가서 648명으로 줄었다가 이번에 25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다른 영역별 점수도 복합적으로 보면 변별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 142점은 지난 6월 모의평가보다 6점, 지난해 수능보다 8점이 높아졌다. 만점자는 지난해 수능 371명, 지난 6월 1492명으로 크게 늘었다가 이번에 135명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지난해 수능보다 대폭 줄어든 것은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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