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연구원, 미 마이크론 전직 파장
국가 핵심기술 보호·방어 허술, 미약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치열한 가운데 K-반도체 핵심기술이 연속 해외로 유출되니 비상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고대역폭 메모리 HBM 기술이 미국 마이크론으로 유출된 의혹이 드러났다.
SK하이닉스 핵심 연구원이 이직하여 마이크론에 임원으로 재취업한 후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5세대 HBM3E AI칩을 개발, 세계 처음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HBM3E 이미지. (사진=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HBM3E 이미지. (사진=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SK연구원 빼내 5세대 AI칩 양산?


뒤늦게 핵심 연구원의 마이크론 전직을 확인한 SK하이닉스가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자 서울중앙지법 민사부가 지난달 29일 가처분을 인용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SK를 사직하고 마이크론사에 취업한 연구원이 임원으로 근무를 계속할 경우 하루 1000만원씩을 SK 측에 지급토록 결정했다.

문제의 전직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입사한 후 메모리 연구소 설계팀 주임 연구원을 비롯하여 D램 설계, 개발사업부 선임연구원, HBM 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 설계총괄 등 주요 업무를 맡아오다 2022년 7월 갑자기 사직했다.

SK하이닉스가 4세대 HBM3 양산을 시작한 바로 직후였다. 사직 후 1년도 안 돼 미국 마이크론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SK가 즉각 가처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SK 재직 시 매년 정보보호 서약서 작성하고 전직금지 약정서 및 국가 핵심기술 비밀유지 서약서도 서명했었다. 특히 약정서를 통한 전직 금지대상 업체 명단에는 마이크론사도 올라있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재취업한 전직 연구원이 취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사는 동종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SK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뿐 아니라 유출된 정보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한 점을 고려한 판결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SK는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을 인용받았지만 기술 유출 부분의 완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결과가 아닌가.

K-반도체 기술이 글로벌 사냥감 신세


세계의 반도체 대전이 치열해지면서 마치 K-반도체 기술이 사냥감인 양 수시로 유출사고가 발생한다.

반면에 미국과 중국 등의 반도체 패권 다툼은 한국 반도체의 전문인력과 첨단기술을 유인하는 모양이다.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중국의 주요 기업에 대한 반도체 기술 수출을 적극 방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후 자국시장과 자본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유치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대전 와중에 국가 핵심기술로 꼽히는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사건이 반발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2021년 반도체 장비업체 연구원들이 세정장비 핵심기술을 대량으로 중국에 넘겨주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주가 구속 기소되자 그의 형이 회사를 인수하여 범행을 계속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2022년에는 3나노 파운드리 제조기술 자료 등을 휴대폰으로 촬영 유출하려다 적발됐고 반도체 연구원이 외국의 경쟁업체로 이직하여 전력 반도체 설계기술 자료를 불법 유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또한 2023년에는 전직 연구원이 외국 경쟁업체에 OLED 패널 및 구동용 반도체 설계자료의 유출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국가정보원은 해외기술 유출이 2019년 14건, 2020년 23건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기술 유출 가운데 국가 핵심기술도 2019년 5건, 2021년 10건, 2023년 5건 등으로 집계했다.

산업통상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 96건 가운데 반도체가 38건으로 가장 많다고 집계했다. 반도체 기술 유출 가운데 국가 핵심기술도 10건으로 매우 많았다.

이어 디스플레이 기술 9건(국가 핵심기술 5건), 자동차 9건( " 5건), 이차전지 7건( " 4건), 기계 7건( " 2건), 정보기술 4건( " 3건), 조선 3건( " 3건), 전기, 전자 2건 등이다.

기술보호 강화, 유출범죄 처벌강화 시급


K-반도체 기술과 전문인력이 글로벌시장의 사냥감이 되고 있는 상황에 기술보호 대책이 너무 허술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우선 해외 경쟁사들이 고연봉과 고위직책으로 고급인력을 유혹하는 측면에서 각사의 기술인력에 대한 처우가 검토의 대상이다. 또한 사내기술보호제도의 강화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국가 핵심기술 유출 방지대책이 미약하고 기술유출 범죄가 적발된 경우에도 벌금형 등으로 너무 가볍게 처벌하지 않느냐고 지적된다.

물론 기술 유출범죄의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려워 충분한 형량을 선고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핵심기술 유출 관련 법정에서의 공방이 기업 비밀을 노출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술 유출로 한탕 벌어 벌금 얼마큼 물어도 크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온다고 들었다.

주무부인 산업통상부는 기술 유출 방지책으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범죄의 경우 벌금형 15억 원 이하를 최대 65억 원 이하로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도 3배에서 5배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의 경우 최대 18년형까지 처벌하겠다는 양형 기준안을 제시한 바 있었다.

이와 관련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국가와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해외기술 유출범죄에 대한 강력대응이 시급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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