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문항장사, 수천·수억대 챙겨
감사원·교사·학원 등 56명 수사의뢰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는 요지경 암시장 판국이었다. 감사원이 11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실태 중간점검 결과 발표를 통해 출제 참여 현직 고교교사 등이 사교육 업체와 조직적 거래로 사교육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파견 나온 교사가 일타강사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사진=연합뉴스)

현직교사, 사교육업체의 조직적 거래


감사원은 교육부에 사교육업체와 문항 거래가 있었다고 자진 신고한 교사 322명 중 신고액이 5천만 원을 넘는 교사들에 대해 우선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은 카르텔 조직 참여 고교교사 27명을 비롯하여 사교육업체 관련자 23명, 교육평가원 직원 4명, 전직 대학입학 사정원 등 56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업무방해,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수능, 모의 출제과정에서 사교육업체와의 암거래 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육 관리감독 기능이 너무나 허술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감사에 따르면, 이 같은 여건과 사실을 파악하고 있던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업체와 거래하고 유명 학원강사에게 문제를 팔아 수천만 원에서 수억대의 시험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감사원은 2023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문항과 일치하는 것은 해당 지문이 사전에 유출됐을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수능 관리당국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마저 갖추지 못했던 것이라는 판단이다.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고교교사가 다른 교사들 35명을 끌어들여 대규모 문항 거래조직을 운영한 경우가 드러났다. 그는 배우자 명의로 출판사를 차려놓고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문항 판매로 18억 9천만 원이나 벌어들였다. 이 중 12억 5천만 원은 거래 교사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6억 4천만 원은 자신이 챙긴 정황이다.

또 다른 교사는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해서 알게 된 다른 출제, 검토위원 8명을 문항 거래조직으로 포섭하여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천여 개 문제를 유명학원 강사에게 팔아 6억 6천만 원을 벌었다.

대학동기, 선후배간 거래조직...빙산의 일각


세상에 사교육시장이 어찌 이토록 부패, 타락할 수가 있었을까.

돈 밝힌 출제교사와 사교육업체는 말할 것도 없지만 교육당국이나 수능 관련 기관은 뭘하고 있었을까.

감사원은 이 같은 사교육 카르텔이 대학 동기, 선후배 간 거래조직으로 형성돼 수년간 지속되어 온 것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암시장 거래 규모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싶다고도 말했다.

대체로 교사들이 수능 출제나 검토 경력을 내세워 입시학원에 고액을 받고 문제를 팔 수 있었던 것은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의 허점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평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3년간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는 경우 출제 참여를 제한했지만 실제 사교육 카르텔 논란이 제기되기 전까지 별도의 확인 절차나 처벌한 사례가 없지 않는가.

어느 교사는 2020년부터 3년간 문제를 팔아 5천억 원을 버는 과정에 수능,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5차례나 참여할 수 있었다. 더구나 교육평가원 파견근무까지 할 수 있었으니 무슨 관리, 감독이 있었는가.

그는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팔고도 집필 경험이 없다고 속여 수능위원으로 위촉됐지만 끝내 무사했다.

또한 EBS 수능 연계 교재 초안에 올라있는 문제를 발간도 하기 전에 빼돌린 고교교사도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 EBS 수능 연계 영어교재 집필에 참여한 이 교사는 학원강사의 청탁을 받고 EBS 교재 내용을 변형한 문제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그는 다른 집필자의 교재를 연구용으로 한 번 보겠다면서 받아 문제를 빼돌리기도 했다. 그가 지난 7년간 8천여 개의 문제를 팔아 5억 8천만 원이나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교사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현직 교감이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 수능 대비 문제를 사교육업체에 공급해 주고 9천여만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난장판 시장에다 요지경이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엄중한 처벌에 재발 방지까지 책임


EBS 교재를 감수한 대학교수가 2023학년도 수능영어 출제진으로 참여해 EBS 교재 지문을 무단 인용한 사례도 있었다.

현직 입학사정관이 입시컨설팅업체에 취업해 대학 내부정보를 이용한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알려줬으니 관련 규정 위반 아닌가.

지난해 수능 당시 23번 영어문제 지문이 일타강사 모의고사 문제집과 유사하다는 이의 제기가 빗발쳤지만 교육평가원 담당자 4명은 이를 이의 심사위원회의 심의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공모했다는 정황이다. 감사원이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 이 때문이었다.

사교육 카르텔 실태를 보고 학부모들이 얼마나 실망과 충격을 받았을까. 현직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조직적 거래를 감독하지 못한 교육당국에 대한 원망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앞으로 경찰의 엄정한 수사 결과가 나타나면 다시 한번 분노가 분출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교육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문제된 교원들에 대해 소속 교육청을 통해 중징계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연히 파면에 이르는 처벌이 따를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감독 교육당국도 소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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