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보고

▲ 정부가 가격 차이 해소 같은 이념 차원이 아닌,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친화적 차원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 6월 23일 롯데건설의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최택만 칼럼 @이코노미톡뉴스] 정부가 6·19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44일 만에 투기억제 위주의 종합부동산대책을 다시 내놨다. 서울 전역과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 추가 등 강력 규제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강남 4구 및 서울 7개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 금융규제를 강화했다. 강도 면에서 부동산대책의 결정판이라고 불리는 노무현 정권의 2005년 8·31 대책의 부활(시즌 투)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5년8개월 만에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한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집값 상승 진원지인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 강화는 전세와 월세 시장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양도세 중과는 양도세를 주택구입자가 대신 부담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 강화는 전세금과 본인 돈을 합쳐 주택을 구입한 갭투자자 가운데 투기 세력이 아닌 선의의 투자자까지 투기꾼으로 간주한 것은 합당치 않다.

투자자와 투기자의 차이는 백지 한장

현재의 집값 급등 원인을 다주택자, 갭투자자, 재건축 시장을 투기 세력 탓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중점을 두고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투자자와 투기자를 도매금으로 본 발상이라는 비난이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과잉 유동성, 저금리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갭투자자 가운데 투기꾼들이 끼어 있기도 하지만 갭투자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1,025조 2,440억원으로 지난해 말(1,010조 2,980억원)보다 14조 9,460억원이 늘었다. 유동성이 넘치면 주식·부동산 등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뛰는 것도 재건축으로 인한 단기 공급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구조적인 요인을 두고 집값 상승이 투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오진에 가깝다. 투기 누르기 일변도의 정책이 이달 말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과 맞물릴 경우 자칫 전셋값 급등 같은 엉뚱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투기를 차단하고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지정하는 투기과열지구를 서울 25개구 전역에 적용한 것은 충격요법이 될 수는 있지만 서울 전체를 투기판으로, 서울 주택 매수자들을 투기꾼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정치적 발상에 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집값 상승을 투기 탓으로만 돌리는 부동산대책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버블세븐’ 등 온갖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면서 수요억제에 매달렸으나 5년 동안 KB국민은행의 강남 주택매매가격지수는 51.3%나 급등했다.
부동산 대책이 집값 폭등을 초래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투기 수요만 잡으면 된다는 단발성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의 수요억제 정책은 장기적으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거래 절벽 있을 듯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은 몇 개월 또는 반 년 정도까지 거래 절벽을 발생해서 투기가 진정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그러나 수요 억제 대책은 과거에도 수십 번이나 나왔다. 노태우 정부 때 내놓은 200만호 건설 같은 대형 공급이 아니면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 뉴욕이나 런던에서 집값이 오른다 해서 수요 억제의 단발성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때에 적대적인 강남과 부동산 부자(다주택자)를 때려잡겠다고 덤볐다가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오죽했으면 “정부 방침과는 반대로 해야 돈을 번다”라든가 “참여 정부가 다시 집권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돌았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이 실패한 것도 전매 금지와 대출 제한 등 수요만 억제한 채 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의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본질인데, 투기수요가 문제라고 하면서 수요 억제에만 방점을 두게 되면 해결이 안 된다.

근본대책은 수요에 맞는 공급

특히 강남권 집값 상승과 관련해 “지난 2년 동안에 강남권은 주택 공급이 1% 정도밖에 늘질 않았다. 거의 공급이 없다 보니 투기수요에다 실수요까지 겹친 데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주택시장 과열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 외에는 공급이 마땅찮은 데 이를 억지로 누르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에는 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유동성도 넘쳐난다. 이런 구조에서 수요만 억누른다고 집값이 잡힐 리 없다. 정부가 가격 차이 해소 같은 이념 차원이 아닌,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친화적 차원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신규 신도시 개발과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등 과감한 공급 드라이브를 펼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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