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위 덕에 집권했다는 의미로 스스로 ‘친노동’이라고 밝혔을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하여 국정 로드맵 100대 과제에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올렸다. 이보다 앞서 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동세력은 문 정권 창출 유공집단이라 자부하며 칭기즈칸식 촛불혁명 속도전을 압박하는 ‘촛불청구서’를 잇달아 제기한바 있다.

▲ 2016년 6월 26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함께 최저임급 1만원 인상에 관해서 민주노총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노동권력’ 득세하의 친노동 하수인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 공약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사를 통해 “공직자들은 촛불혁명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가 돼야 한다”고 명확한 방향을 규정한바 있다. 이는 촛불정권 아래 ‘노동권력’이 득세했으니 모든 공직자들이 친노동 정책의 하수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문 정부는 노동계가 ‘적폐’라고 지목한 전 정권의 성과연봉제 폐지를 지시하고 ‘일자리 대물림’ 등 불합리한 단체협약 시정, 지도 등의 노동정책도 폐기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국정 로드맵을 통해 ILO 협약 87호 및 98호의 비준을 약속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사항이다.

ILO 87호는 결사의 자유, 단결권 보호협약으로 정부에 의한 노조의 해산이나 활동중지를 금지한 규정이다. 98호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관련 규정으로 노조활동에 따른 차별금지 및 자발적 단체교섭의 보장 규정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공약으로 약속한 것은 해직교사 관련 법외노조로 통보된 전교조의 합법화를 뜻하고 공무원의 정치활동 참여를 제한한 전공노의 정치참여 허용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과 교사 등의 정치참여 확대를 공약했으며 이미 여권에서는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법 및 교원 노동조합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문정부 1등공신 자부 ‘촛불청구서’들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제기한 각종 ‘촛불청구서’의 대다수가 정책에 반영되어 그들의 권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즉시시행’ 압박, 성과연봉제 주도 공공기관장의 퇴진 요구, 민간부문마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악’ 폐지 등이 거의 시행단계이다. 이를 경영계의 시각으로 보면 중국 모택동시대의 문화대혁명 홍위병세력과 거의 대동소이 하지 않느냐고 여겨진다.

이들 강성 노동세력들과 오랫동안 협상 파트너 관계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작용 우려를 한마디 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경총은 반성부터 하라”는 엄명을 받아 숨이 막혀 있다. 이러니 노동계가 더욱 거칠 것 없는 무소불위식 홍위병처럼 행세할 수 있지 않느냐고 관측되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계를 비롯한 5개 단체들은 그들이 투쟁해온 온갖 이슈를 앞세워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제주 강정마을회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살인사건 진상규명 투쟁본부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등은 지난 7월 18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찰에 의한 국가폭력 진상규명 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경찰에 의한 국가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마저 일방적으로 ‘국가폭력’이라 규정하고 ‘적폐청산’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책임과 처벌을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보나마나 문 정부 탄생의 1등공신이라고 자부하며 믿고 비빌 언덕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지난 6월에는 ‘양심수 석방추진위’가 구성되어 수형 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 37명을 양심수로 선정, 8.15 특사를 추진했었다. 양심수석방추진위 98명 명단에 함세웅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조순덕 민간협 상임의장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 지난 5월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제 127주년 노동절 기념식장을 찾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 대선승리와 노동존 중 가치실현을 위한 정책연대 협약’ 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대 비정규직 노조도 민노총 위세

촛불정권 하의 민노총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를 이화여대 비정규직 노조가 보여줬다. 이대 비정규직 노조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으로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 용역업체 파견직원 250여명으로 구성되어 임금인상 투쟁을 벌여 시급(時給) 7,780원을 보장 받았으니 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급으로 결정한 7,530원 보다도 250원이 더 높다.

어찌하여 이대 비정규직 노조가 이 같은 시급을 쟁취할 수 있었을까. 당초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는 대학 측이 용역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시급인상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 측은 등록금을 9년째 인하, 동결하고 교직원 임금도 동결상태라 비정규직 임금인상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즉시 시행토록 압박해온 민노총이 이대 비정규직의 임금인상 요구가 “촛불혁명의 명령”이라고 들이대자 이대 측이 금방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순실 사태 이후 투표를 통해 선출된 김혜숙 총장 측이 ‘촛불혁명의 명령’이란 말에 놀랐던 모양이다.

이대 비정규직 노조가 시급 7,780원을 쟁취함으로써 같은 민노총 계열인 연대, 고대, 숙대 등의 노조도 이에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각 대학 비정규직 노조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보다 높은 수준의 시급을 쟁취하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까.

민노총, 무엇이건 쟁취 ‘만능선수’

민노총은 노동권익을 위한 파업투쟁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이슈마저 투쟁으로 이겨내는 만능선수처럼 행세해 오고 있다.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 세월호 천막투쟁, 반사드 행동, 심지어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취소에 이르기까지 민노총의 투쟁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이처럼 민노총의 정치적 파괴력이 강력한 것은 노동계 출신이 국회로 대거 진출하여 국회 환노위를 지배함으로써 친노동 입법을 관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당에 한국노총, 민노총 출신이 포진하고 있지만 민주당 소속이 압도적인 것이 특징이다.

종전 보수정권 하에서 국회가 ‘여대야소’(與大野小)일 때도 노동관계법을 다룬 환노위는 ‘여소야대’(與小野大)인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국회의 입법과 예산심의가 친노동으로 편향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문 정부 하에서는 노동운동 출신 여성 고용노동부 장관과 ‘여대야소’의 국회 환노위가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입법, 예산 쟁취를 더욱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 확실한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김영주(62) 의원은 무학여고 졸업, 서울신탁은행 농구단 출신으로 신탁은행 노조 여성부장, 정책연구실장을 거쳐 전국금융노련 상임 부위원장 경력으로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이어 19, 20대에 영등포 갑구에서 당선된 3선의원이며 19대 국회 환노위 위원장을 지냈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인적 구성에 비춰보면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국정 로드맵에 올려놓은 문 정부 하의 노동권력의 위세가 어디까지 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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