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앙리코 감독, 1967년 프랑스 작품
알랭 드롱, 리노 벤츄라, 조앤너 심커스

대모험(Les Aventuriers)
로베르 앙리코 감독, 1967년 프랑스 작품
알랭 드롱, 리노 벤츄라, 조앤너 심커스
▲ 영화 '대모험' 포스터.

“당신이 비행사라면 개선문 아래로 비행하겠어요? 당신이 엔지니어라면 엔진을 뜯고 개조해 보겠어요?” “물론 안하죠. 그런 어리석은 일을 왜 하겠어요”
자유로운 영혼, 얽매이지 않는 사고를 가진 자만이 모험을 하고, 모험가들의 엉뚱한 발상, 남들이 어리석다고 한 기상천외한 생각들이 세상을 바꾸고 발전시켜왔다.

[박윤행 칼럼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1부. 경쾌하면서도 감미로운 휘파람음악이 흐르면서(이곡은 레티시아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테마곡이다) 폐차장에서 한 처녀가 물건들을 고르고, 팔지 않겠다던 주인 롤랑은 대신 도와달라며 차에 태우고 함께 간다.
벌판에 깃대를 세우자, 구식 쌍엽기 한 대가 날아와 그 밑을 통과하고 “성공이다. 이제 큰돈을 벌게 돼”기뻐하는 롤랑. 착륙한 조종사 마뉘는 처녀 레티시아를 태우고 묘기를 부리며 하늘을 난다. 이 장면이 휘파람처럼 감미롭다.
개선문아래를 통과하며 찍은 필름을 넘기면 돈을 준다는 약속으로 다음날 마뉘는 개선문을 향해 비행을 하지만, 국기가 내걸리는 바람에 통과비행에 실패하고, (파리상공의 저공비행이 가능한지여부를 확인도 안 했다니..) 조종사 자격증을 박탈당한데다, 실패를 빙자하여 돈 한 푼 받지 못하게 된다.

▲ 파일럿 마뉘 ▲신기록을 향해. <사진@필자제공>

레티시아는 롤랑공장의 일부를 자신의 작업장으로 쓰게 되는데, 산소용접봉을 이용해 철판을 뚫어, 모바일 조각을 하는 조각가이다.
자동차 시험장에서 롤랑은 엔진회전수를 높인 경주용차 드랙스터를 시운전하는데 지켜보는 레티시아는 마뉘의 팔을 꼭 잡고 마뉘는 손을 잡아준다.(여자들에 인기가 높은 미남 마뉘는 그녀가 자신을 좋아 한다고 착각하지만, 그녀는 롤랑을 걱정해서이다) 시운전에 실패한 롤랑은 마뉘와 함께 카지노에서 돈을 걸었다 털리고 돌아오는 길에 깜박 레티시아를 두고 오는 실수를 한다. (그만큼 두 사람에게 레티시아는 아직 관심 밖이다)
어느 날 트럭을 타고 온 레티시아는 전에 그녀를 두고 온 일에 대해선 함구하고(거물 후원자를 만났음에 틀림없다) 작품들을 실어낸 후, 전시회 초대장을 내민다. 
고속도로 아래 공간에서 열린 그녀의 개인전은 각계 명사들로 법석일 만큼 대성황이고, 전시회에 간 두 사람은 감히 레티시아를 대면도 못하고 물러나온다.

▲ 개인전의 레티시아 ▲보물을 나누며. <사진@필자제공>

궁지에 몰린 마뉘는 전에 개선문비행을 제안했던 베르땅으로부터 콩고앞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에 실린 보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롤랑은 드랙스터를 정비해서 재도전하지만, 엔진과열로 폭발, 차를 잃고, 전시회 결과 혹평을 받아 좌절한 레티시아와 셋은 의기투합, 보물찾기에 나선다.

2부. 아프리카 콩고. 한 궁색한 사내가 일자리가 필요하니 자신을 써달라지만 거절당하고, 요트에 있는 세 사람을 먼발치로 지켜본다.
수중을 탐사하면서 세 사람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 어느 날, 그 사내는 배에 잠입, 자신이 콩고 내전 때 피난 가던 벨기에 부호를 비행기에 태우고 이륙직후 해안에 추락한 비행기의 조종사였다고 밝히면서 추락한 지점을 알고 있다고 한다.
결국 넷이 찾아 나서면서 마뉘는 레티시아에게 큰돈이 생기면 아디에 쓸 거냐고 묻고, 그녀는 라 로쉘 근처 요새섬을 사고 싶다고 한다. 함께 지내면서 깊이 정이 든 마뉘는 혼자 살려면 외로울 텐데 내가 함께하면 어떻겠냐고 묻자, 그녀는 “당신들 둘 다 함께라면 더 좋겠어요”하며 즉답을 피한다.
추락지점에 도착한 일행은 아쿠아렁을 메고 잠수, 비행기를 찾아내고 보물상자를 인양한다. 그러나 배위에서 보물을 넷으로 나누고 있는 일행을 육지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무리가 있다. “저들이 찾은 것 같애” 탈출하던 부호를 호위하던 특전대원 일당들로 그동안 보물찾기를 해왔던 것이다.
“당신과 레티시아 말이야 연인 같은데?” 조종사의 말에 “아니야 우리는 친구일 뿐이야” 하는 마뉘. 
조타실에서 롤랑과 단둘이 있게 되자 레티시아는 “난 당신과 함께 살고 싶어요”하고 고백하고 “마뉘는 어떡하고?” 롤랑이 묻자 그녀는 묵묵히 말이 없다.

▲ 당신과 살고 싶어요 ▲레티시아를 보내다. <사진@필자제공>

바로 그때 경찰경비선이 다가오며 검문을 하겠다고 배에 대려는 찰나, 그 배에 피란당시 군인을 발견한 조종사가 먼저 발포, 총격전이 벌어지고, 경비선은 도주한다. 
“당신 미쳤어?” “그들은 가짜 경찰이야”
그러나 레티시아는 총격으로 숨지고 격분한 두 사람은 조종사를 보트에 태워 떠나보낸다. “내가 먼저 안 쐈으면 모두 죽었을거요” (여기까지 배경음악 없이 자연음뿐이다) 
아프리카의 바다에 붉은 태양이 지면서, 애잔한 허밍 음악속에 두 사람은 레티시아에게 잠수복을 입힌다. 정성스레 머리를 들어 올려 헤드 안에 밀어 넣고 돌려 잠근 다음 아쿠아렁을 멘 두 사람은 양쪽에서 잡고 잠수, 함께 헤엄치다가 서서히 그녀를 놓아 준다. 수경 속으로 울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두 사람의 안타까운 배웅 속에 그녀는 심해로 사라져 간다.
아마도 영화사상 가장 아름답고 잊지 못할, 인상적인 장례장면의 하나일 것이다.

3부. 조의를 표하듯 검은 넥타이를 맨 두 사람이 레티시아의 친척을 찾아다닌다. 빈한한 어촌에서 그녀의 동생을 찾아낸 두 사람은 소년이 성년이 됐을 때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소년은 앞바다의 요새섬에 자신의 보물이 있다고 두 사람을 안내한다. 바로 레티시아가 살고 싶다던 그 요새섬이다.
요새섬에서 소년이 발견한 보물은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남기고 간 권총, 소총, 수류탄 등의 무기들이었다.
롤랑은 그곳에 남고, 혼자 파리로 온 마뉘는 옛 애인 이벳트의 아파트로 가지만, 이른 아침 마뉘는 전에 레티시아가 개인전을 열었던 고속도로 밑을 거닐며 그녀를 추억한다.

▲ 레티시아를 위한거지?. <사진@필자제공>

비행클럽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일당들이 그의 뒤를 밟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마뉘는 요새섬으로 가서 롤랑과 재회한다.
롤랑이 이 요새섬을 구입했고 앞으로 호텔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듣고 마뉘는“이거 레티시아를 위한거지? 그녀의 계획이었지?” 하고 묻는다. “아니. 전혀 들어본 적 없어” 
그때 일당들이 들이닥쳐 재빨리 자리를 피한 마뉘와 총격전이 벌어진다. 결국 마뉘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롤랑은 이 “나쁜 놈들”하며 수류탄 공격으로 일당을 제거한다. 
죽어가는 마뉘에게 “레티시아는 너와 함께 살고 싶다고 내게 말했어”하는 롤랑에게 “내가 바보인줄 알아?” 볼이 파르르 떨리며 마뉘는 숨진다.
레티시아도 없고 이제 마뉘 마저 잃은 롤랑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머리를 싸쥐고 선 롤랑. 카메라가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파도소리만 들리는 요새섬.

▲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경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역임

다소 황당한 보물찾기라는 소재는 이 영화를 평범한 오락물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오락이란 기능이외에 감명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수중장례 씬과 작곡가 후랑소와 드 루베의 애잔한 휘파람과 허밍음악만으로도 너무나 보석 같은 명화라 할 것이다.
꽃미남 알랭 드롱이 여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상처받는 설정은 아마도 이영화가 처음일 것이고, 이후 그는 고독한 남성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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