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세 구도 고객경영직 신설
IMF 학습 통해 투명, 윤리경영

재벌 오너가 인사 고심
실전 체험 후계 양성
삼성, 3세 구도 고객경영직 신설
IMF 학습 통해 투명, 윤리경영

기업 인사철이면 전문 CEO의 거취와 오너가의 2~3세 승진인사가 초점이다. 올 정기인사에서 삼성그룹은 이학수 부회장과 윤종용 부회장의 유임이 특징이고 LG그룹은 남용 부회장을 LG전자 CEO로 발탁한 것이 특징이다. 오너가 인사 가운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승진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 3세 인사 고심의 결단

삼성그룹 오너가의 인사가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국내 최고 재벌의 3세 경영체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재용(39) 전무는 상무로 4년간 근무하다 승진했다.
이미 확정된 인사코스에도 불구하고 외부 시선의 견제를 받아 계속 승진이 유보되어 왔었다. 동년배의 재벌가 2~3세는 최고 경영자 지위에 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전무를 위해 CCO(Chief Customer Officer)라는 최고 고객경영자라는 새로운 직위를 신설한 것이 삼성인사의 고심을 말해준다. 고객경영자란 미래사업의 경영자라고 믿어진다. 삼성과 거래하는 글로벌 기업이나 주요 투자자들 및 제휴사들을 관리하는 직책이라고 보면 산술적인 영업실적을 올려야 하는 CEO를 능가하는 고위직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삼성이 고심 끝에 3세 후계구도를 위해 CCO를 신설한 것이 깊은 수읽기의 결론일 것이다.
삼성가에서 분리 독립한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39)은 이 전무와 동년배이지만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에 한발 접근한 것으로 비교된다. 정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막내 여동생 이명희 회장의 아들로 삼성에 비해서는 인사의 견제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위치이다.

현대그룹 본가 불가피한 특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33)씨는 기아차 사장을 맡고 있지만 노사분규와 씨름하느라 고달플 것으로 짐작된다.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한 후 곧 경영이 정상화 되어 잘 나가고 있었지만 고유가와 환율 비상일 때 악성분규가 겹쳐 지난해는 1천25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너무 일찍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면 힘겨운 학습과 체험을 겪게 된다는 예가 될 수 있는 경우이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명예회장의 아들 정지선(35) 부회장은 부친의 건강문제로 일찍 경영책임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것은 세상이 알다시피 불가피한 특례로 인식된다. 그리고 장녀인 정지이(30) 전무를 경영진으로 끌어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밖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33) 상무와 아들 조원태(31) 상무보의 승진은 후계를 위한 경영학습의 의미로 해석된다.
재벌가 오너 2~3세의 승진인사를 비판적 안목으로 주목할 까닭이 없다. 지난 70년대에는 미국 유학 다녀온 2세에게 금방 최고 경영 자리를 맡겨 미숙하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오너가 인사는 상당한 실전경험을 쌓아 경영권 승계단계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혈통인사라고 비판하기가 어렵다.

사전 자율학습 통한 경영수업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창업 3세로 아직은 오너가 인사에 고심할 것이 없다. 전문 경영인체제가 확고한데다가 4세 인사는 한참 뒤에 닥쳐올 문제이기 때문이다.
LG그룹에서 동업을 분리해 나간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은 일찍 감치 2세에게 무상으로 물려줄 생각이 없노라고 밝혔다. 막내 동생 허태수 씨가 GS홈쇼핑 사장을 맡았지만 그룹으로 새 출발한 초창기 오너의 역할을 맡은 셈이다.
GS칼텍스정유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39) 상무는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수업 단계로 볼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와 파리 항공노선 획득 등 영토 확장에 바쁜 가운데 장남 박세창(32)을 금호타이어 이사로 발탁한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창업 3세에서 4세로 넘어가던 두산그룹 오너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비자금 사건과 관련, 스스로 문책성 퇴출의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은 오너들이 몽땅 물러난 후 전혀 새로운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정신 학습한 2~3세

젊은 세대 재벌 2~3세들은 IMF 체제를 몸소 겪었거나 곁에서 눈여겨 본 경험이 있다. 계열사 정리와 자산매각 등 위기관리형 구조조정이 가혹한 형벌이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 뒤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거세게 퍼지고 있을 때 윤리경영, 투명경영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시대적 요청이자 회피할 수 없는 발전과정이라고 이해할만 했다.
또한 젊은 세대이기에 노조와 NGO들의 왕성한 투쟁력을 보고 사후에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 사전에 정도와 투명으로 논리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믿게 됐을 것이다.
이렇게 오늘의 재벌 2~3세들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선대에 비해 실전적 학습과 체험이 앞서 가리라고 믿는다. 따라서 조기 은퇴가 강요되는 시절, 30대 후반이나 40대에 경영권 승계를 경계하거나 시비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대표와의 부자 갈등, 대림통산 이재우 회장과 이부용 전 부회장의 삼촌과 조카 사이 경영권 분쟁 등이 오너가 인사를 비판적 안목으로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1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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