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전 한일병원장의 실전기록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
김응수 전 한일병원장의 실전기록
▲ 김응수 전 한일병원장의 실전기록,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 북커버.

준히 글을 쓰고 있는 ‘문학적 의료인’ 김응수 전 한전 한일병원 원장이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2018.3.2. 행복우물) 지난 2005년 ‘나는 자랑스런 흉부외과 의사’라는 저서를 출간했으니 그 속편 성격이다. 책속에 흉부외과 의사로서 고뇌와 보람이 골고루 적혀있다.

천사와 같은 중환자실의 간호사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저자는 어릴 때 결핵성 늑막염으로 왼쪽가슴에 물이 차 죽을 고비를 겪고 흉부외과 의사가 됐다. 선천적 약골이나 ‘악으로 버텨온 건강’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실제로 흉부외과 전문의로 환자 수술 중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운 고비도 겪고 “내가 수술했던 환자들도 다 이렇게 가슴이 아팠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니까 “흉부외과 의사는 위험한 일을 품위 있게 처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라고 독백한 것이다.

흉부외과는 특수 분야로 수련의 과정에 거의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천사와 같은 간호사들에 대한 기억이 겹겹이 쌓여있다.

아무 이유 없이 환자들에게 욕먹고 매 맞으며 묵묵히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수술 후 오랫동안 투병하던 환자가 끝내 죽은 뒤 내 보낸 후 기둥 뒤에서 숨어 몰래 울던 간호사, 의사가 미리 파악 못한 환자 관련 결정적 정보를 간호사가 알려 주어 환자를 살려낸 일 등 ‘천사와 같은’ 간호사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넘친다.

어느 재산가의 사위 여섯, 의사책임 추궁

저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83세 할머니의 ‘결핵성 농흉’ 수술을 꼽는다. 오른쪽 가슴 절반에 30kg이 넘는 고름주머니를 안고 여러 대학병원 입․퇴원을 거듭하다 흉부외과 전문의인 저자를 찾아왔다. 퍽 조심스럽고 위험했지만 고름주머니를 긁어내고 갈비근육으로 기관지를 막는 수술에 성공했으니 뒤에 생각하니 참으로 ‘용감무쌍’했다. 이 수술 성공으로 환자의 마을잔치에 초청을 받아 아내와 딸과 함께 다녀왔으니 잊을 수 없는 보람이다.

반면에 어느 재산가가 뱃속 대동맥이 불어 터지는 ‘복부 대동맥류’ 진단을 받고 수술하게 됐다. 딸 여섯에 어린 아들 하나를 두고 있어 나이 든 사위들이 와글와글했다. 그래서 사위들한테 “장인이 죽어도 다른 말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수술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동안 저혈압 후유증으로 콩팥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혈액투석, 복부투석으로 투병하다 끝내 사망했다.

문제는 거액의 재산관련 분배 유언이 없어 사위 여섯 명이 돌아가며 장모에게 충성발언 하며 의사한테 책임추궁 경쟁을 벌였다. 이 틈에 하얀 가운단추가 떨어져 나가고 얼굴마저 주먹흔적이 났다. 이때 어디선가 “이러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이 무슨 잘못이에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환자실의 박 간호사가 마치 잔다르크처럼 용감하게 나선 것이다.

이 틈에 의사는 뒤로 숨어 사위들의 주먹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박 간호사가 심한 수모를 겪었다는 이야기다.

‘문학적 의료인’이 ‘나는 자랑스런…’

저자는 의사들의 수명이 평균보다 7~8년 낮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업무의 연속으로 스트레스 압박감을 벗어나지 못해 뇌졸중, 간암, 위암 등으로 사망한다는 통계다. 외과 의사는 휴가 때도 푹 쉬지 못하고 중환자실과 병실 걱정, 밤중의 중환자실 호출 등을 환상한다.

의사가 환자들에게는 술, 담배를 끊도록 권고해 놓고 스스로는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날 출근하자마자 응급센터 전화를 받고 가보니 교통사고 환자의 허파에서 피가 솟아 거의 숨을 쉬지 못한 채 온몸이 꺼멓게 변해 있었다. 심장도 거의 멎은 상태로 심장 마사지를 해가며 센터 침대로 옮겨와 기도에 튜브를 넣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었더니 울컹하며 검붉은 피가 올라 왔다. 이어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니 한 고비를 넘겼다.

흉부외과 의사를 왜 고독한 예술가라고 표현했는지 알만하다. 흉부외과, 중환자의학 전공 김응수 의학박사(한양의대)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학적 의료인’이기에 그의 체험기록이 더욱 실감나게 읽혀지는지도 모른다. 도서출판 행복우물, 280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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