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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권 칼럼] “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다”
  • 최수권 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 승인 2019.02.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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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이코노미톡뉴스] 인간은 길을 가는 존재이다. 그 길은 하나의 길이 아니고 중첩되는 미로의 길을 헤매는 것이며, 일생을 두고 길 찾기의 운명이다. 누구나 자신 앞에 지워진 길을 걸어야 할 숙명의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누구도 길의 앞을 예견 할 수 없고, 또 길을 돌아가야 할 자유조차 없는 상황을 부여받는 것이 인간 삶에 대한 모두인지 모른다. 그래 누구나 자신의 길은 안개 밭 일지 모른다.

구정을 즈음하여 형제 친척 등 가까운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나온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그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온 서로의 얘기는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 인듯하여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촌 누이동생이 금년 구정은 서울 사는 아들네 집에서 보냈다며, 식사자리를 마련한다며 전화가 왔다.

누이동생은 6.25전쟁으로 고아가 됐다. 유아시절에는 우리집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부터는 숙부님댁으로 갔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부모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삶의 여정이라는 것은 구구한 설명이 없어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철이 들기 전부터 그이를 지켜보면서 늘 안쓰러웠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며 오기도 했다. 나 보다 한 살 아래인 그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갔다. 미용기술을 배워 미장원에 취업하면서부터, 세상을 읽고 터득해 갔다. 그는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했다. 나이 들어서는 지방도시에서 건설업 등에 안목이 트여 부동산 등의 투자로 자신의 영역을 사수할 수 있는 부(富)를 이뤘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서울로 왔다. 그리고 정말로 생경스런 그리고 아주 힘든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혈연이 전혀 없는 서울 생활은 가끔 동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서로에겐 유일한 위로였다. 60년대 고학생으로 서울생활은 정말로 힘든 나날이었다. 늘 시간에 쫓기고, 경제적인 것들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아주 고된 날들이었다. 불행은 늘 힘들게 사는 이 곁에 붙어 다니는지 모른다. 저녁 알바를 끝내고 귀갓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과속으로 달리던 승용차에 치인 사고였다. 나는 청량리 근처 병원에 실려 갔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 꿈속의 몽롱한 기억인데 누이동생은 내손을 잡고 거의 실신하듯 울고 있었다.

“오빠 죽는 줄 알았어.” 하며 통곡하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을 생전 처음 접해 봤고, 아! 혈육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하며 나도 그저 울기만 했다. 그리고 시골집에는 알리지 말라고 그에게 당부했다. 1개월 정도의 병원 생활을 끝내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힘들고 고된 긴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이윽한 세월이 흘렀다. 그이에겐 장성한 중년의 남매가 있다. 장남은 공기업의 중간 간부이고, 딸은 지방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다. 남편과는 일찍이 사별했지만 생활력이 강한 그는 임대건물, 지역의 농지도 꽤 소유하고 있다. 지금쯤은 여유를 누릴 만도 하는데, 사는 게 너무 검소하다. 식사를 하면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오빠, 배운 것은 일천하지만 난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자식들 잘되기 바라는 것 외에는 아무 욕심이 없어요. 살아보니 억척 떨며 살아 모은 재산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다른 생각이 드네요.”

나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잘 알고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재산이 살아가는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그는, 나름의 세상이치를 터득한 듯 하였다. 그는 크고 작은 일상사의 일들을 꼭 나에게 물어온다. 나는 성실히 의논해 준다. 세상을 살면서 절망의 벽 앞에서 자기를 움츠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전의 과시를 일삼는 이도 있다. 원숙한 나이의 무렵에서는 허무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지혜를 보이게 된다.

동생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여자의 몸으로 그렇게 변화시키고 이루어 놓는다는 게...,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과거를 현재의 뿌리로 느끼기 위해서 과거에 몰두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지나간 것은 지난 것뿐이다. 과거의 사건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은 잘못이다. 그 과거를 뛰어 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맞서는 용기와 실천적인 행동이 있어야 삶을 변화시킨다.

동생은 운명이라는 인간의 길에 고개 숙이지 않고, 절규의 몸짓으로 세상과 맞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길을 이룬 그를 보면, 늘 짠한 생각에 눈시울이 젖어온다.

시대를 탓하고 생태적인 환경을 탓하는 시대에, 오래된 설화처럼 밀려오는 동생이야기다. 나는 구정 선물로 “5단 묵주”를 선물했다. 참, “축복받는 인생이다”고 위로해 주었다.

인간은 미로 같은 자기의 길을 찾아나서는 존재다.

문득 뒤돌아서서 내 그림자를 찾아본다. 그림자가 상당히 길게 밝혀져 있다. 내 여정이 어지간히 하오에 기울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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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권 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econotalk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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