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에게 띄우는 공개장’(1984) 배병휴 저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대망의 1980년대로 접어들어 5.16 정부의 경제 제1주의에 의한 ‘압축성장’기에 탄생한 재벌들의 역할이 우리 경제를 좌우하는 형세를 펼치고 있다.
유명그룹 총수들의 동향과 행동철학이 주요 경제뉴스이고 ‘돈 버는 윤리’, ‘돈 쓰는 방식’이 경제기자의 취재 항목이었다. 정부는 재벌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 하는 입장이지만 불법․편법․반칙에 대한 사회적 지탄도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제기자의 신문칼럼을 엮어 출판사가 ‘재벌에게 띄우는 공개장’이라는 제목으로 시판한 책이다.

배병휴 저서 '재벌에게 띄우는 공개장(1984년)' 북커버. (사진=이톡뉴스)
배병휴 저서 '재벌에게 띄우는 공개장(1984년)' 북커버. (사진=이톡뉴스)

재벌 총수의 유명지수와 행동철학


재벌성(城)의 연간 외형 크기가 일단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공헌도로 평가된다. 또한 연간 수출실적 증가와 납세액의 규모도 ‘애국심의 잣대’로 이용됐다. 여기서 5대 재벌, 10대 재벌 구분이 나오고 30대 그룹까지 온갖 세세한 경영 내용이 주요 기사로 취급됐다.
대체로 상위재벌 경영에는 정부의 각종 행정지도나 금융, 세제 면에서 예우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언론은 이를 특혜라고 지적했고, 경제 제1주의 정부에 의한 ‘우월적 지위 부여’라고 비판됐다.

1983년 5대 재벌은 현대그룹(매출액 7.7조원), 삼성그룹(6조원), 럭키금성그룹(6조원), 대우그룹(5조원), 선경그룹(4.8조원) 순이다. 10대 그룹은 5대 그룹에 이어 쌍용그룹, 국제상사그룹, 한국화약그룹, 효성그룹, 한진그룹 등이 추가된다.
이 무렵 KDI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5대 그룹의 총 은행여신 비중이 24.2%에 달했다. 이보다 30대 그룹을 기준하면 총매출이 45조원으로 총 GDP의 16%를 차지했으며, 은행여신 점유율도 무려 48%를 차지했다. 그러니까 80년대 한국경제는 상위 30대 그룹 위주로 성장세를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여신 편중 특혜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당시는 관치(官治) 금융시대였다. 은행에 지배주주가 없는 ‘주인 없는 시대’로 정부가 주인 행세하면서 ‘경제개발 속도’를 위해 대기업 위주로 지원했던 것이다.

1988년 3월 22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제2의 창업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8년 3월 22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제2의 창업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합소득세 순위도 ‘애국지표’로 보도


국세청이 집계 발표하는 종합소득세 순위도 매우 주목받는 ‘애국지표’의 하나로 비중 높은 경제기사로 취급됐다. 1983년 기준 종합소득 제1위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으로 연간 16.2억원을 벌어 48%인 7.9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으니 애국 1위였다.
정 회장은 1977년부터 3년간 종합소득 연속 3년 1위를 기록했었지만 1980년과 81년에는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에게 1위를 넘겨줬다가 82년에야 다시 1위로 복귀한 것이다.
1978년도 정주영 회장의 종합소득은 무려 259억원을 기록했지만 1980년 41억원, 82년 19억원으로 급격히 줄다가 83년에는 겨우 16.2억원을 기록했지만 그래도 종합소득 1위였다. 그 사이 정 회장이 주식지분의 상속, 증여로 재산을 분산시켰기 때문이었다.
이해의 종합소득 2위는 여의도백화점 김희수 회장으로 연간 13.3억원을 벌어 6.5억원을 납세했다. 3위는 대구지방의 조일알미늄 이재섭 대표로 연간 외형 수백억 원에 불과한 거의 무명기업인 수준에서 깜짝 놀랄 만큼 ‘납세애국’ 순위를 높였다.
이때 삼성그룹 이건희 부회장의 종합소득 순위는 51위, 이병철 회장은 연간 소득 3.2억원으로 59위에 머물렀다. 또 럭키금성그룹의 구자경 회장과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삼촌, 조카 등 주주들도 상위권에 명단이 올라 있지 않았다.
종합소득 순위 100위 안에 무명의 기업인이 43명, 이중에 개인사업자가 28명이다. 2위 김희수, 3위 이재섭씨 외 10위 양철우 교학사 대표, 12위 영안모자 백성학 대표 등 중소기업가들이 상당수다. 또 신혼예식장 이호준 사장이 86위로 올라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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