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다짐과 실천들

책 북커버. (사진=이톡뉴스)
책 북커버. (사진=이톡뉴스)

[최영훈 칼럼니스트 @이코노미톡뉴스]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자 수영장 회원이 많이 늘었다. 우리 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반도 마찬가지다. 아마 전국의 수영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운동시설도 같은 현상이리라. 필자가 주로 가는 곳 중 하나인 서점도 북적댄다. 개학과 개강을 맞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딸과 함께 서점을 가면 겨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독서 권장의 메시지도 넘쳐난다. 페이스 북에는 인문학 독서모임과 새벽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자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온라인 서점에서 오는 메일에는 새해 새 다짐으로 독서를 권장하며 읽을 만한 책의 목록도 수시로 제공한다.

실제로 내 페이스 북 친구들 중에는 올 한 해 열심히 책을 읽겠다는 다짐과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람, 그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알다시피 봄날의 운동이 여름을 넘겨 가을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 당연하게도 봄날에 넘긴 첫 페이지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고 말이다. 왜 그럴까? 지면을 통해 운동과 독서에 대해 각각 몇 번 말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그 둘의 닮은 점을 생각하며 운동과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보려 한다.

운동과 독서의 공통점


우선 운동을 하는 사람과 독서를 하는 사람의 공통점,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의 공통점부터 찾아보자. 운동을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어떤 종목이든 현재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어떤 종목, 어떤 운동에도 관심이 없다. 또, 한 종목을 하는 사람은 여러 종목을 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지만,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한 종목은 고사하고 동네 산책에도 관심이 없다.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볍게 뛰던 사람은 어느 순간 하프 마라톤 대회를 나가고 싶어 하지만 소파에 파묻혀 사는 사람은 집 앞 편의점 갔다 오는 것도 동생이나 배우자를 시킨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들고 간 책이 없어도 뭔가를 읽고 있다. 활자 중독이다. 주민 센터나 은행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손에 잡히는 잡지나 정책 홍보용 브로슈어 따위를 정독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은행이나 관공서의 대기 줄이 길면 스마트 폰을 꺼낸다. 서점에 가서도 책을 사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다른 상품을 산다. 독서가 취미인 사람은 베스트셀러에서 시작해서 누가 읽을지 궁금한 전문 분야의 책까지 그 발전의 촉수를 뻗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베스트셀러, 그것도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저자의 것만, 그마저도 읽지는 않고 제목과 내용 정도만 알고 있다. 그조차도 모르면 행여나 대화에 끼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Economytalk NEWS)
(사진=Economytalk NEWS)

 

양극화의 원인


이제는 왜 이런 공통 된 양극화 같은 현상이 생기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자.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근거해서지만 말이다. 우선 운동에는 체력과 근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체력과 근력이 없는 사람은 일정 수준과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할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간단히 말하면 체력은 특정 동작이나 기술, 행위를 일정 강도로 일정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근력은 운동 수행에 필요한 기술 구현과 그 기술의 강도를 결정한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 시작해도 꾸준히 못하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반대로, 같은 이유 때문에 특정 종목의 운동을 했던 사람은 그 운동을 통해 다져진 근력과 체력, 감각으로 다른 운동을 해도 쉽게 적응한다. 다양한 종목의 전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축구를 하는 <뭉쳐야 찬다.>를 보라. 그 중에는 축구가 생소한 사람도 있었지만 금세, 그리고 쉽게 적응했다. 요즘엔 몇 십 년 경력의 아마추어 축구단과 시합을 해도 밀리지 않는다. 기술이 상대편보다 조금 떨어져도 일반인을 능가하는 체력과 속도로 그것을 충분히 커버하기 때문이다.

이중 근력에 대해선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고령화 사회의 노인들의 각종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근육운동을 권장하며 “근육테크”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근육은 실제로 일종의 복리이자와 비슷하다. 돈이 돈을 만드는 시스템과 비슷한 것이다. 근육양은 에너지 소비와도 상관이 있다. 예를 들어 수영의 경우, 근육이 없는 사람들은 같은 영법, 같은 범위의 스트로크를 해도 근육의 일이 적고, 그렇기에 당연히 칼로리 소비도 적다. 평소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여성의 다이어트가 힘든 것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열심히 하는 여성의 몸무게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살이 찌는 이유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근육이 적기 때문이다. 마치 자동차의 엔진 배기량과 기름의 소비와 관계와 같은 이치다. 그래서 헬스클럽에 처음 온, 그야말로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 밖에 안 하던 회원에게 가장 가벼운 아령을 주면서 헬스장 한 바퀴를 걷는 것부터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일단 근육에 일을 시켜 근육을 만들어야 그 근육이 더 큰 일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큰 근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지식의 근력과 체력을 만드는 행위다. 그것을 만들려는 목적 없이 책을 읽어도, 그러니까 그저 취미로, 저녁에 할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심심풀이 삼아 읽어도 그 근력과 체력이 만들어 진다. 그런 근력과 체력이 만들어지면 운동이 그러하듯 더 두꺼운 책, 더 어려운 책으로 손이 간다. 두꺼운 책을 읽는 힘은 지식의 체력, 곧 지구력이고, 어려운 책을 읽는 힘은 지식의 근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이, 더 자주 읽게 된다. 얇은 책에서 두꺼운 책으로 나아가고, 쉬운 책에서 어려운 책으로 나아가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관심 가는 분야로, 다시 흥미 있는 생소한 분야로 진출한다.

가볍게 시작해서 꾸준하게


결국, 운동이든 독서든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서 몸에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 습관을 통해 체력과 근력을 만든 뒤 더 수준 높은 운동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체력과 근력을 높여야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다 보면 그야말로 운동이 생활인 삶을 살게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책부터 손에 잡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요즘엔 출판사마다 가벼운 분량의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입문서나 개론서를 다양하게 내놓는다. 유명 대학의 교수들도 자신들의 전공 분야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철학의 문턱을 낮추고 사회과학의 까탈스러운 성격을 부드럽게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이런 책들로 지식의 체력과 근력을 서서히 놓이면 제법 긴 호흡의 까다로운, 마라톤 같은 책도 묵묵히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이 그러하듯 책 또한 읽을 시간이 정말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떤 방식으로든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나 같이 글을 쓰거나 광고가 업인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AI가 많은 걸 대신하는 요즘,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는 인간의 힘은 그 고유한 사유에서 나올 것이다.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 상황과 상황, 이 분야와 저 분야의 합종연횡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힘, 그래서 서로 다른 성격의 텍스트를 엮어 제3의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상호텍스트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조합 능력이, 곧 한 인간이 가진 고유한 힘이 될 것이다. 그 힘을 얻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최소한 내가 아는 한 그렇다. 체력과 근력을 만드는 방법은 오직 운동뿐인 것처럼 말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