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행, 여권 거부권 요청 방침
‘여소야대’는 협상·타협 있을 수 없나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경제 6단체가 국회를 찾아가 거듭 입법 철회를 호소했지만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환노위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심의를 건너뛰어 본회의로 부의한 이 법안을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합법파업 범위확대, 손배청구는 제한


이날 환노위는 국민의힘 의원 6명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9명, 정의당 1명 등 10명의 다수결로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전해철 환노위원장과 민주당 간사 김영진 의원에게 고성으로 항의하는 장면이 자세히 TV 화면에 비쳤다.

거야의 입법독주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누가 뭐라고 해도 ‘독주로 간다’는 자세로 비춰지고 있다. 비록 대통령실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해도 좋다는 계산 아닐까.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반노동’에다 ‘국민 분통’이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우겠다는 작전이 아닐지까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노란봉투법안은 사용자 개념의 범위와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확대한 독소조항 등으로 경영계가 결코 수용할 수 없노라고 여러 차례 지적(주장)한 바 있다.

법안의 사용자 범위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 규정했다. 이는 하청기업이나 자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사나 지주사를 상대로 교섭권이나 단체 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쟁의 요건도 확대함으로써 합법파업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현행법상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를 ‘근로조건’으로 규정한 것을 임금인상 등이 아닌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 ‘경영행위’마저 ‘근로조건’이라며 파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여기에다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노조에 묻지 말고 조합원 개별 책임 범위에 따라 물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사실상 불법파업의 책임을 가려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만든다는 뜻이 있다고 지적된다.

경영계 우려·호소 외면, 노동계 목소리만 듣나


경제 6단체가 이 같은 독소조항(주장)을 들어 법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되면 “노사관계가 파탄 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국회 환노위의 야권 단독 본회의 직회부 의결에 앞서 “다수 국민과 전문가들이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의견”이라며 입법을 반대하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특히 사용자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면 산업현장의 갈등과 법률적 분쟁이 폭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자신의 수적 위세만 믿고 누구의 주장도 듣지 않기로 결심한 셈이다.

소수 집권당은 사용자의 개념 확대 및 합법파업의 범위 확대는 곧 노사관계를 악화시켜 산업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에 민주당은 ‘손해배상 청구 폭탄 방지법’이라고 강변했다.

바로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대변한 셈이라는 평이다. 그러니까 친노동 성향 아니냐는 시중의 목소리 여기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본회의 직회부 결정 후 한국노총은 실질적인 노동권 보장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크게 환영했다. 민노총은 “하청노동자의 실질 사용자가 원청사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도 정부, 여당이 이 법안을 반대하느냐”고 주장했다.

결국 소통없는 노란봉투법 입법 강행은 양대 노총의 강력 요구를 받아들인 ‘친노동 하명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판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사용자의 재산권에 속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반헌법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국회 본회의마저 일방 처리하게 되면 거부권 행사 검토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방송3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노란봉투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회가 여야 간 힘으로만 싸우는 전투장 형국이다. 이를 어찌 소통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소수여당 거대야당 간 타헙은 없는가


비록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국회이지만 이토록 반의회주의 독주와 거부권 발동 충돌사태의 되풀이는 결코 국민의 뜻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거대야당과 소수여당 관계이지만 여기에는 타협과 양보가 전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인가. 솔직히 국민이 여야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국정을 주도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입법권을 독주하는 거야의 경우 표를 국민이 준 것이지만 일방적인 무한 독주권을 부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정당별 의석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달라질 수 있으니 여야 간 입장도 뒤바뀔 수 있다. 바로 내년 4월 총선을 통해서도 현재의 의석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여야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입법권 지배력이 있다고 위세(?)를 부렸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 처분된 사례를 겪지 않았는가.

과잉 생산된 쌀을 전량 정부 재정자금으로 구입토록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당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농수축산부는 현재의 정부 양곡이 170만 톤으로 적정량의 2배가 넘는다고 말한다. 이에 금년 말까지는 남는 쌀 14만 톤을 10분의1 헐값으로 사료용과 주정용으로 처분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

간호법의 경우도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계 내부 직역 간 이해충돌과 갈등을 확대, 조장한 결과로 거부권 행사를 통해 곧 폐기 처분될 신세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실패의 사례를 쌓고도 다시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유도로 내년 총선에서 얼마큼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해본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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