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경제 신공급망 협정 발표
중국, 한국과 반도체 협력강화 주장

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 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하고, D램 미세 공정 경쟁에서 기술경쟁력을 확고히 했다. (사진=SEC)
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 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하고, D램 미세 공정 경쟁에서 기술경쟁력을 확고히 했다. (사진=SEC)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글로벌 초일류로 자부해온 K-반도체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와중에 공급망 구축을 둘러싸고 중간 위치에서 강력 견제와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신공급망 구축에 합의했노라고 발표하고 중국은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 속에 한국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한국 반도체산업이 미·중이 밀고 당기는 두 갈래 길의 미묘한 시점에 놓인 형국으로 비친다.

미국 주도 IPEF 공급망 협정 합의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지난 27일 한국이 포함된 14개국 회원국 간 공급망 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향후 중국의 자원 무기화로 위기가 발생하면 공동대응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요지다.

IPEF는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으로 출범한 중국견제 경제협력체 성격이다. 그동안 4대 분야서 협상을 개시하여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먼저 협정 타결에 성공했다는 발표다. 바로 중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등의 핵심소재를 무기화할 우려에 공동대응으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론적으로 이 같은 협력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노라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거대 중국 시장으로부터 압박과 보복 등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중국의 미국 메모리 반도체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속에 지난 26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디트로이트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중국의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회담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 관련 대화와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노라고 중국 측이 발표했다.

안덕근 본부장은 왕 부장의 제의에 원론적 동의였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상무부가 보도문을 통해 양국 간 반도체 협력 강화라고 강조했으니 다소 미묘한 파장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미·중 갈등 중간에 갈수록 쫓기는 신세


현실적인 문제는 미·중 반도체 갈등이 깊어갈수록 K-반도체가 받게 될 견제와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안전이 제일이고 생산 확대 등을 위한 장비반입 규제 등이 너무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삼성과 SK에 대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빈자리를 메우도록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곧 미국 정부의 입장을 한국이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선제형 보도 성격일수 있다고 전문가는 언급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두 배로 늘려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우려국가’에서 첨단 반도체는 10년간 5% 이상,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생산량을 늘릴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가드레일 조항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불합리한 부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인 확장’, ‘범용 반도체’ 기타 주요 용어에 대한 정의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중국 등 우려국가와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을 하면 보조금을 돌려줘야 하는 ‘기술환수’ 조항에 따른 활동제한 범위도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은 미국과 중국의 중간에 위치한 한국 반도체의 어려운 입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생산능력 확장 길이 막힌 반도체 공장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이 무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가장 취약한 나라


결국 미국과 중국 간 격돌 속에 K-반도체가 애매하게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각국의 수출, 수입구조를 분석하여 주요국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악영향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았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특정국에 의한 공급망 교란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을 측정한 결과 수입 취약성 면에서 한국이 세계 1위로 나타났다. 이어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 등 아시아국들이 2~4위를 차지했다. 이들 아시아국들은 모두 중국과 가깝고 교역 비중이 매우 큰 특징이 공통점이다.

이와 달리 자국 수출기업과 제품의 지배력 지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수출 권력’ 면에서 한국은 11위에 지나지 않는다. 제1위는 중국이고 이어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인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의 수입 취약성이 큰 것은 주력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원자재 등을 해외 몇몇 나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전기차 배터리 원료는 중국,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미국, 일본에서 수입한다. 반면에 한국이 아니면 글로벌 공급망에 구멍이 뚫리는 제품이라면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을 꼽을 뿐이다.

우리의 무역 구조상 취약점이 많이 존재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도 문제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현상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다시 반도체 공급망 관련 불안한 기상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를 우리의 독자적인 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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