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의료진 부재, 환자수용 불가
‘정치파업’ 성격…사전에 막을 수 없었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민노총 산하 전국 보건의료 산업노조 총파업 강행이 위급, 중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갔다. 파업 첫날 13일, 국립중앙의료원부터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입원 불가’를 안내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고대구로병원도 종합상황실 메시지를 통해 파업 관련 의료진 부재로 ‘환자 수용 불가’를 알렸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 병원마다 환자들을 돌려보냈으니 이 무슨 ‘의료재난’이란 말인가.

폭우 속 광화문 5개 차로 점거 시위


이날 보건의료 산업노조의 폭우 속 집회 강행 기세는 막강했다. 사전에 이를 대화와 협상으로 막을 수 없었을까 궁금할 지경이다.

광화문 일대로 몰린 집회 규모가 1만 7천여 명이라고 했다. 하오 3시, 비옷을 입은 시위대가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문 방향으로 5개 차로를 점거 시위함으로써 폭우 속의 교통체증이 막심했다.

노조 측이 절박한 심정으로 총파업을 결행했다고 보지만 장맛비 예보 아래 퇴근길이 바쁜 시민들의 발길을 잡는 방식이어야 했을까. 이보다 더욱 심각한 위급, 중환자들의 진료 차질을 알면서도 파업에 나서야만 했을까.

병원노조의 총파업 요구사항은 지난 10일 나순자 노조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됐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확대, 간호사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마련 및 업무 범위 명확화, 의대 정원 확대, 의사 인력 확충을 통한 부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등 7가지에 달한다.

어찌 이토록 무거운 과제가 쌓여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를 파업 투쟁으로 풀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묻고 싶기도 하다.

아마도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따라 노조와의 합의사항이 거의 이행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에 보건의료노조 측은 보건복지부가 파업을 앞두고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으니 결국 정부가 파업을 유도한 셈이라고 주장한다.

집회 뒤 용산, 일본대사관 앞으로 ‘정치파업’ ?


간호인력 확대와 처우개선 관련 정책들이 결코 손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병원노조 측 실무진은 그동안 병원 측과 협상을 해봐야 관련 제도가 없어 들어주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아 정부한테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뜻으로 총파업에 나섰다고 말한다.

전문가 지적처럼 결국 양측 간 성실한 대화와 교섭이 부족한 결과가 아닐까 싶은 인상이다.

이날 폭우 속 광화문 대규모 집회에는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18곳이 참여했으니 그 파장이 오죽했을까. 뿐만 아니라 같은 시각에 세종시의 보건복지부 청사 앞, 부산역 광장, 광주직할시청 앞 등에서 지역본부 대회가 동시에 열렸으니 총파업 파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음은 물론이다.

이날 광화문에서 1차 집회를 마친 후 시위대 주력이 용산 대통령실 앞과 종로 주한일본대사관 앞으로 행진했으니 정치파업의 행보성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 패널은 지적한다.

병원노조가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퇴진’, ‘노조 탄압 중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IAEA 보고서 규탄’ 구호 등을 감안하면 파업 투쟁의 명분이 정치투쟁 아닌가 하는 세간이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주무부인 복지부는 총파업에 대응, 보건의료 재난 위기를 경보하며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를 가동, 진료 차질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서 당정 회의 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자체, 병원협회, 의료기관 등과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24시간 모니터링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또한 입원환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옮길 수 있도록 각 지자체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방송에 출연, 노조법상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이 협상 대상이지만 그 당사자는 정부가 아닌 사용자 측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당한 쟁의의 범위를 벗어나면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말해준 의미가 있다. 박 차관이 필요한 경우 업무 복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확인한 대목이 이를 말해준다.

반면에 병원노조는 13~14일까지 민노총과 함께 총파업 진행에 이어 자체적으로 무기한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으로 정부와 맞서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구호 앞세운 ‘정치파업’ 막을 수 없나


한편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지난 12일 ‘윤석열 퇴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등 정치구호를 앞세운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조합원들의 참여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전체 조합원들에게 12일부터 주야간 최소 2시간씩 파업 지침을 내린 후 수도권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파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중 현대차 노조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사업장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파업으로 일부 생산 차질을 나타냈다. 반면에 기아차 노조는 대의원들만 파업에 참여, 생산 차질은 없었다고 한다.

조선업계도 대부분 노조 간부진만 파업에 참여했다. HD 현대중공업은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이날 오후 3시간 부분 파업, 한화오션도 일부 간부진만 파업에 참여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참여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는 주말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서울집회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법 개정 및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앞세우고 있지만 시위현장에서는 윤정부 퇴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등 구호가 나타난다면 ‘정치파업’ 색채를 지울수 없을 것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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